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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쾌변독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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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 음악 > 대중음악 > 연예인이야기 |
지은이 |
신해철 (부엔리브로, 200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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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지승호가 신해철을 만났다. 신해철이야 이슈를 만드는 인물이기 때문에 얘기할 것들이 정말 많았을 것 같고, 거기다 생각도 독특하고, 그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기 때문에 책을 잡기 전부터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그 중 몇 가지 내용을 뽑아보았다.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한다.
A가 대마초를 피웠습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혼자 집에서 조용히 피웠습니다. B가 A 보고 처죽일 놈이라고 때려잡으라고 해요. B는 자기는 대마초 안 피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B는 게이에요. 어느날 C가 B 보고 게이는 전부 기형아니까 잡아다 뇌수술 해야 한다고 얘기해요. C는 대마초도 안 피고, 게이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C는 성이 '류'씨였어요. D가 C보고 니네만 앞에 ㄹ을 쓰냐고 하면서 성을 바꾸라고 해요. D는 대마초도 안 피고, 게이도 아니고, 성이 '류'씨도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근데 문신이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사슬의 고리를 연결하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본인 혹은 당신의 아들딸이 어느 날 정말 황당한 이유, 예를 들면 청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잡혀간다든가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말 역겹고 꼴 보기 싫지만, 저 놈을 탄압하도록 국가 권력이 날뛰게 내버려뒀다가는 그 칼이 내 목에 들어올 것이므로, 그렇기 대문에 소수자들을 보호해야 되는 거거든요. 내가 소수자에 해당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인식들을 국민들이 가지지 못하니까 그 화살을 계속 쏴대고, 알게 모르게 자기도 그 화살을 맞는 거죠.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 단순히 소수자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으면 진정성도 없었을텐데, 국가 권력이 개인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하면 그 화살이 자기에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수자의 인권은 나의 문제라는 인식의 확장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민족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우리는 개고기나 이런 것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면서 우리 스스로 전혀 문화적 상대주의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민족의 우수성이라는 문제에서 이 모든 게 출발을 하는데요. 민족의 우수성은 우리 교육에서 지워버려야 될 부분이라고 보거든요. 우리 민족이 우수하다고 가르치려면 다른 민족들도 다들 왜 우수한지 그들을 왜 존중해야 되는지 동시에 가르치면서 하든가요. 자꾸만 우리가 남들보다 낫다고 가르치니까 똑같은 태도가 여기저기 적용되고, 나중에 음악에까지 적용되서 사물놀이의 격렬한 비트를 듣고 전 세계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빌보드 차트 넘버원 하기를 바라는 거 아닙니까? 지금 장난치냐구요.
문화적 상대주의는 교과서에만 있고, 일상 속에서는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져있다. 외국 사람의 의례적인 원더풀에 고무되어서 정말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다른 문화에 대해서 그렇게 우월해서 어쩔건데... 그러니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 생각하는 문화 속에 있으니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계급성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저는 '클래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차라리 영국처럼 아예 극단적으로 클래스가 나눠져 있으면 사람들이 쓸데없는 욕망을 가지지 않는다는 거죠. 우리는 노동자들이 나도 언젠가는 사장이 되어서 떵떵거리면서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은 노동자는 평생 노동자기 때문에 상향하려는 열망이 놀랄 정도로 적용. 그 대신 그 에너지를 자기 계급에 대한 프라이드를 위해서 사용하는 거죠.
계급간 이동이 고착된 사회에서 각 계급은 자신의 계급에 대한 프라이드를 안고 사는 것이 어쩌면 다양한 문화를 축적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영국에서 록음악이나 축구같은 것은 노동자들의 문화 아이콘으로서 계급성을 띠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하위 문화를 깔보고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발전적 요소를 뽑아내어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자기 계급에 대한 애정이고, 계급간 갈등을 없애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새로운 생각같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진공관의 마인드란 어떤 것이냐, 진공관 앰프란 그 음악을 듣는 소비자에게 최소한의 격식과 예절을 요구합니다. 스위치를 켠다고 바로 음악이 나오지 않으니까요. 진공관이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되고, 그래서 그 튜브가 달아올라서 제대로 소리가 나올 때까지 차 한 잔을 음미하면서 혹은 술 한 잔을 마시면서 내가 아니라 음악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이것은 실제 라이브 공연장에 간 사람이 갖춰야 되는 겸양과 음악을 듣는 리스너로서의 올바른 태도하고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어쨌든 공연장에 간 리스너들은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마찬가지로 진공관을 통해 듣는 사람들은 진공관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진공관 앰프는 들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그런 격식과 예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음악을 들으면서 격식과 예절을 요구받음으로써 음악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애정을 갖고 듣게 만든다. 신해철도 그 얘기를 이어서 한다.
음질 면에서 CD보다 떨어지고, 사용자의 접근성이 용이하다 뿐이지 사용자의 매너를 개판으로 만드는, 직접 발을 써서 구매하지도 않고 손을 써서 포장을 벗기거나 플레이어에 걸지도 않으며 기다리는 시간도 없고, 거기다 건방지게 음악을 듣다가 다른 음악으로 스킵하거나 마구잡이로 골라 듣고 마구잡이로 다운받고, 그럼으로써 콘텐츠를 깔보게 되는데요. 그런 소비자의 태도를 MP3의 무차별 복제가 조장함으로 해서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사용자입니다. 올바른 음악 감상 태도를 잃어버리고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받지 못하게 되니까요. 사실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거든요. 소중하게 여겨라,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고 봅니다.
정말 그랬다. LP를 들으면서 스크래치가 가지 않게 카트리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고, 기다리던 음반을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가슴에 품었던 설렘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음악에 대한 소중함을 가졌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본가에 500장이 넘는 LP는 버리지 못하고 있고, 본가가 이사하면 언제든지 그것을 우리 집으로 가져올 생각이다. 턴테이블도 구입하고... LP 속에는 정말 내가 겪은 삶에 대한 추억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아있으니 말이다. MP3는 글쎄? 하드에 다운받은 MP3가 있긴 하지만 그만큼의 가슴 울림은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아이에 대한 생각도 얘기한다.
제가 생각할 때 애기를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애기를 위해서 부부 생활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집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우리 부부고 그 사이에서 애기 태어난 거지, 애가 중심이 되고 부부가 부가 되는 이런 일이 절대로 생겨서는 안 되겠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출발점은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 다음에 애기하고의 문제가 시작되는 거지, 애기한테 열심히 잘하는데 엄마랑 아빠라 사이가 좆나게 안 좋고, 맨날 '너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산다'고 하면 애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겠어요?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게 낫죠. '엄마하고 아빠하고 되게 서로 좋아하는구나' 이걸 애가 어릴 때부터 보면서 자라는 것이 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아니겠느냐 하는 거구요.
아이가 생기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정이 많은데, 정말 생각을 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울텐데, 자식에게 올인하느라 찌들어서 사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게 올인해도 아이는 잘하면 평균을 유지할 뿐이다. 아이와 그리고 부모 자신을 위해서라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야 겠다. 아이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행복을 찾지 않을까?
다 읽고나니 신해철의 얘기들은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삶을 다양하고 새롭게 만드는 팁을 많이 제공한 것 같다. 그것을 이끌어낸 지승호의 질문들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신해철의 거침없는 독설이 시원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