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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
카테고리 |
여행/기행 |
지은이 |
롤프 포츠 (넥서스BOOKS, 200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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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마음가짐, 태도, 자세, 철학, 생각 등을 쓴 책이다. 보통의 여행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거나, 여행지에서 느낀 점 등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은 특정 지역에 대한 얘기보다는 여행 그 자체를 두고 얘기를 하고 있다. 도대체 여행에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열어보자.
먼저 출발하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떠난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뭔가가 마음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다. 당신이 일상적인 틀에 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떠나는 것은 불만의 토로가 아니라 긍정적 선택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직장이든 습관이든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쪽으로 계속 움직이기 위한 방향 전환이다."
떠나는 것을 회피나 포기로 보지 말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직장을 그만 두는 것에 두려워하거나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꿈이 있으면 자신있게 밀고 나라는 것인데, 소심한 사람들한테는 쉽지 않다. 남의 일이라고 이렇게 막 얘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그 다음 준비와 계획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우리가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물을 꾸려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새로운 변수가 끼어들어 여행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행, 사파리, 탐험 등은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다…… 모든 여행이 나름의 특색을 갖는다. 여행에서는 계획, 안전장치, 정돈, 강압 등이 모두 쓸데없다. 우리는 수년간의 고생 끝에, 우리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우리를 끌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이 우리를 끌고 다녔다'는 마지막 말이 정말 기가 막히다. 그러니 준비와 계획이 다 되지 않았다고 떠남을 미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준비 없이 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완벽한 준비를 추구하는 것도 여행답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여행을 떠난 초반기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갑자기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된다.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감각만으로 살아가야 한다. 길조차 안심하고 건널 수가 없다. 꼭 위험이 닥칠 것만 같다. 내 삶 전체가 흥미로운 추측의 세계로 빠져든 듯하다."
처음 낯선 공간에서 떨어졌을 때 처음에는 두려울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전에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낡은 습관을 버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도 더 쉽게 어울릴 수도 있다. 두려움만 떨친다면....
여행 중의 마음가짐도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을 보는 사람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정신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여행 중에 새로운 언어, 풍경, 문화 등을 만나는데, 우리는 그것들에서 신기함과 감탄, 때로는 경이로움까지 느끼지만 그 언어를 쓰는 사람, 그 자연 속의 사람,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여행자라면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소통하여 문화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두려움이 없어야겠다.
글의 마지막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나와있는데, 월터 휘트먼의 「열린 길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책상에 백지를 그대로 남겨두고 책꽂이의 책도 그대로 덮어두어라!
연장을 일터에 남겨두어라! 돈도 미수로 남겨두어라!
학교는 그대로 있으리니 선생의 외침에 개의치 마라!
설교는 목사에게 맡기고, 법정의 변호는 변호사에게 맡겨라!
법의 해석은 판사에게 맡겨라!
친구여, 그대에게 내 손을 주리라!
그대에게 돈보다 소중한 내 사랑을 주리라!
법을 따지거나 설교하기 전에 내 자신을 그대에게 주리라.
그대는 내게 그대 자신을 주겠는가?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겠는가?
살아 있는 동안은 서로에게 지팡이가 되어주겠는가?
여행에 돌아와서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데, 다시 떠나라고 선동하고 있다. 그렇다. 진정한 여행자는 여행을 끝내면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꿈이 있고, 모험이 있는데 꾸물 거릴 이유가 뭐가 있는가. 떠나는 것이 남는 것이다.
이 책 읽으면 엉덩이가 들썩여서 정말 어디든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