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여행 책이 넘친다. 대형 서점에 가면 여행 관련 코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사람들도 많다. 가히 여행 책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정착되어 계속 갈 지, 아니면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여행과 책, 그리고 여행 책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계속 갔으면 싶다.
이런 때에 여행 작가라는 직업도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데, 이 책은 그런 관심을 반영하여 여행 작가들은 어떻게 여행하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에 대해서 5명의 여행 작가들이 쓴 책이다.
글하고는 아무 관련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쓴 것이 인연이 되어 작가가 된 사람도 있고, 블로그에다 기록했던 것이 발탁되어 책을 쓰고, 작가가 된 사람도 있고, 사람들을 잘 만나서 함께 책을 쓰다가 작가가 된 사람도 있다. 얘기들을 들어보면 여행하면서 고생하고, 글 쓰면서 고생하고, 사진 찍으면서 고생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정도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지 공짜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여행하면서 글 쓰고, 책 써서 돈 버니까 편해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공통적인 이야기이다. 휴식이나 재충전으로서 업무와 무관한 여행은 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직업이 되어 생계가 걸려 있다면 그 여행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막 말로 책이 안 팔리면 어쩔건가? 여행 작가의 연봉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하는 이유는? 좋으니까 하는 것이다. 그거 안 하면 몸이 근질거리고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게 열정이다. 열정 없으면 못 하는 거다.
이 때 열정을 불태우면 직장 때려치고 여행을 인생의 터닝포인트 삼아 1년 동안 여행 떠나고 싶은데 그 후가 고민인 사람에게 이지상은 냉철하게 말한다.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말리고 싶다. 내가 직장을 그만 둔 시절은 1988년도였다. 그 때는 경제 상황이 좋았고 돌아와서도 직장 얻기가 지금처럼 어려운 시절이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경제 상황이 안 좋고, 여행 몇 년 하고 돌아와도 쉽게 글 쓰고, 사진 발표하는 세상이 아니다. 물론 여행 몇 년 하고 돌아와 책 한두 권 낼 수 있지만, 그 다음이 문제인 것이다.
다른 작가들은 일단 저지르면 그 다음은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다면서 말리지 않는다. 이지상은 말린다. 이게 오히려 돋보인다. 물론 마지막에 그래도 절실함이 있다면 떠나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결국 여행이든, 여행 작가든 열정과 절실함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