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광고 제작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광고계는 기본적으로 아이디어 싸움인데, 그 아이디어, 창의성의 원천으로 인문학을 뽑았다. 광고와 인문학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얼마 전 나는 히까닥과는 은하계 건너편에 있을 만큼 거리가 먼 책을 하나 읽었다. 말이 하나지 무려 스물한 권짜리 대하소설, 박경리의 『토지』가 바로 그 책이다. 벼르고 벼르다 지난해 가을에 시작, 올초에 끝을 낸 것이다. '끼 있고 튀는' 말장난 하나 없고, 엽기적인 에피소드 하나 없는 책, 평소 좋은 구절이 나오면 줄치기를 잊지 않는 나같은 독자 입장에서도 그 긴 책을 읽는 동안 줄 칠 일 별로 없었던, 어찌 보면 밍밍한 이야기 책, 그럼에도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토지』가 광고라는 일을 하고 있는 나의 기초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중략)
사회와 시대, 그리고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읽어 내기 위한 매우 고단하고도 진지한 작업, 광고라는 전혀 히까닥하지 않은 그 일을 잘 하기 위해, 나는 지난 넉 달 간, 한 첩의 보약을 먹듯 『토지』를 읽었다.
글쓴이는 히까닥한 광고를 위해서『토지』 를 읽었단다. 비단『토지』뿐만 아니라 다른 인문학 서적들도 광고를 위해서는 필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회와 시대, 사람을 알아야 광고를 제대로 할 수 있고, 그 밑바탕에는 인문학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재성에 대한 얘기도 한다.
한마디로 천재성은 아주 작은 한 부분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그 정도의 작은 천재성 정도는 있지 않은가? 기획서도 잘 쓰고, 설득력도 좋고, 발도 넓고, 대인관계도 좋고, 심지어 운전까지 잘하는 AE는 몰라도, 광고주 설득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가?
천재도 삶의 모든 부분에서 다 천재인 것은 아니다. 모짜르트가 작곡에만 천재이고, 나머지는 천재가 아닌 것처럼, 우리도 어느 한 분야만큼은 천재성이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가 천재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자신이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못하거나 실패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아이큐 같고 그러지 말자.
이 책이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광고계의 뒷 얘기나 제작 과정,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대한 얘기를 잘 담았다는 것이다. 광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봤음직한 광고를 갖고 창의성과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까 내용이 쉽게 들어온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 잘 느끼게 되었고, 덤으로 광고에 대해서도 조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