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어른들, 더 정확히 말하면 13세 이상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12세 이하의 아이들만 세상에 남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제일 궁금한 것은 과연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어른들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잘 살다가 어른들만 걸리는 전염병으로 죽게 되어 물자 같은 것들은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물자를 생산하기 위한 산업을 재건하거나 하는 큰 일들을 아이들에게 요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공공의 질서가 문제인데, 결국 이것은 정치와 권력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다.
리사는 동생 토드와 함께 남았고, 주변 빈 집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운 좋게 식료품 창고를 발견하고,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동네 갱단 애들한테 털린다. 동네 갱단 애들에게 맞서기 위해 주변 아이들을 공동체를 만들고 자신이 지도자가 된다. 마을 방어 계획도 세우고, 아이들에게 사회적 분업에 해당하는 임무도 준다. 처음에는 방어 계획에 따라 갱단을 물리쳤지만 갱단도 더 막강한 준비로 공격해 와서 리사의 집이 불탄다. 이를 계기로 더 안전한 곳을 찾다가 글렌바드 성을 발견하여 공동체를 이주시킨다.
글렌바드에서 리사는 공동체 성원들과 계약을 한다. 자기가 만든 규칙을 지켜야지 이 안에서 살 수 있다는 내용으로. 아이들은 갱단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모두들 동의했다. 리사는 뜻을 같이 하는 아이들을 더 모아서 글렌바드를 성장시키고 싶어 했고, 그 도시를 자신의 도시라고 했다. 여기서 리사의 도시 운영이 민주주의와는 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원들의 뜻에 따라서 도시가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최정점에 있는 한 사람에 의해서 도시가 운영되는 것이다.
특히 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크레이그는 리사의 운영이 못마땅했지만 자기에게 임무가 주어졌고, 모두 리사를 따르는 분위기여서 리사의 뜻을 거스르지는 못한다. 크레이그의 모습은 문명과 권력을 배척하고 자연과 함께 하려는 사람을 상징한다고 본다. 반면에 리사는 야망을 갖고 도시를 건설하고 이끌어가는 사람을 상징한다.
처음에는 갱단의 위협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찌만 갱단의 위협보다는 내부에서 도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교환 및 사소한 의견 충돌, 그러면서 하나씩 하나씩 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과정이 민주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읽으면서 민주주의와 공동체가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