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의 청소년 단편 소설집 『나는 죽지 않겠다』를 읽었다. 가정 형편이나 환경이 넉넉하지 않고, 힘든 청소년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나는 죽지 않겠다」는 반장이 걷은 학급비를 잠시 보관하던 주인공이 그 돈으로 엄마가 빚 갚는데 몰래 보태주고, 오빠가 몰래 그 돈을 가져간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 그리고, 그 돈을 잃어버렸다고 반장과 담임한테 말하고 강가로 나온다. 독자는 죽으려 강가에 나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죽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죽음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라면은 멋있다」의 주인공 가정은 넉넉하지 않다. 아버지는 행상, 어머니는 갈비집에서 일한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에게는 여자친구 연주가 있다. 연주는 주인공의 집안이 가난하다고 해서 무시하지 않는다. 자신도 어렵기 때문에 이해해준다.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을 나누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가 대견하다. 그래서 라면은 멋있는 것이다.
그밖에「울 엄마 딸」은 부모의 실수로 태어난 주인공이 자신도 남자 친구와 같은 실수를 하는 인생 유전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가운데에서 엄마를 이해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소설들이 잔잔하게, 그러면서 관조적으로 주인공들을 바라보고 있다. 어렵다고 투정부리지 않고, 울지 않고, 그 가운데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을 보여준다. 힘들다, 어렵다는 말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냥 살아지니까 사는 것이다. 마음은 무겁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의 무게라 여기고 사는 사람들, 청소년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이런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 현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