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중학생인 딸과 유럽을 다닌 엄마 이야기이다. 아이와 함께 가면 편하게 패키지로 갔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직접 숙소 예약하고 항공편 알아보고 여행지에서 이동수단 알아보면서 몸으로 여행을 한 기록이다.
어디를 다니면서 무엇을 느꼈는지도 재미있었지만 엄마와 딸이 싸우면서 여행을 하니까 책 읽는 사람이 불안불안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엄마와 딸이면 같은 집에서 살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에게 맞추는 것은 또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여행은 그 순간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의지가 더 강할테니 동행자와 부딪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딸의 일기를 중간중간에 넣었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엄마가 느끼는 것과 딸이 느끼는 것을 비교할 수 있는데, 엄마는 딸이 그 여행지에서 좀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태도를 바라지만 딸은 그런 것보다는 현재의 즉자적인 느낌들에 머무를 뿐이다. 가령 여기 너무 싫다거나 여기 너무 좋다거나 집 생각 난다거나 동방신기가 생각난다거나 하는 것들. 중학생에게 그 이상의 것들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행의 막바지에 가면 딸도 보는 것들에 대해서 감각이 생기고, 생각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나 양성애에 대해서 개방적인 모습, 아빠 없이 여행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아빠는 어디있냐는 묻는 사람들에게 아빠는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이나 매표원과 한바탕하는 모습을 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견문보다는 여행의 일상과 느낌이 잘 드러난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