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서울에서 파리까지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온 부부 이야기이다. 거기다가 애들까지 데리고... 여자는 모델이었고, 남자는 사진 작가이다. 둘은 틀에 박힌 생활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 그리고 떠났다. 떠날 때 나름의 목표도 있었다. 뷰티 프로젝트라고 해서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여자들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루하루를 생존해나가는 것이 더 급선무였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의 여행이라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물건을 도둑 맞는 일, 경찰이나 국경 검문소 직원이 돈을 요구하면서 붙잡아두는 일, 차가 사막이나 진흙에 빠져 몇 시간동안 움직이지도 못한 일, 아이들이 다치는 일, 동행하는 가족이나 가이드, 통역하는 사람들과 싸운 일, 제대로 씻지 못하는 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일 등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겪으면서 가족은 여행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행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가슴 벅찬 일들도 있다. 티벳의 아름다운 하늘과 순수한 현지인들, 터키의 친절한 사람들, 곤경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사람들, 돈이 없다가도 돈을 빌려 돈이 생겼을 때의 짜릿함 등 여행을 멈출 수 없는 매력이 책 속에 들어있다.
나에게 생각을 할 것들을 던져준 부분이 있다. 카자흐스탄의 한인교회에서 도움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이 가족의 방문을 교회 사람들은 환영을 해주었고, 여러가지 편의와 도움을 주었다. 이런 도움을 받으면서 서울의 교회와 비교한다.
서울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교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다닌다. 나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만 하나님을 찾는 아주 나쁜 사람이다. 성경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교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신도들에게 실망하고 목사님에게 실망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러기를 10여 년, 나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낯선 키질로다에서 만난 한인 교회 목사님에게서 나는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목회자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목회자를 만난 것이다. 그 목사님은 처음의 뜻을 훼손하지 않고 순수함으로 목회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여행자에게 따뜻함으로, 희망으로 다가왔다.
서울에는 많은 학교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많은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학교에게 실망하고 교사에게 실망한다. 더이상 학교를 믿지 않는다. 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망을 주는 교사인가, 희망을 주는 교사인가? 처음의 뜻을 얼마나 가슴에 품고 있는지, 정말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는지, 현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며 쉽게 타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행 얘기와는 다른 깨달음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다시 여행 얘기로 돌아와서 이 부부, 여행에서 너무 서로 맞지 않아서 애들 앞에서 칼부림하며 부부싸움해서 이혼할 지경까지 갔었지만 함께 고생한 것들, 함께 지내온 것들을 생각하며 사랑하면서 산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내가 버스를 타며 이렇게 여행을 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통해서 여행의 느낌들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다음 책 아프리카 여행 책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