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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5] 노란 코끼리: 당당히 가자
    행간의 접속/문학 2009. 3. 21. 22:35
    노란 코끼리(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스에요시 아키코 (이가서,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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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은 당사자들에게도 충격이지만 아이들에게도 충격이다. 그 충격을 이겨내기 위한 한 부모 가정의 이야기이다. 노란 코끼리는 세상에 없다. 여기서 노란 코끼리는 엄마가 새로 산 중고 자동차의 애칭이다. 엄마에게 이 노란 코끼리는 단순한 자동차 이상의 의미이다.

    엄마는 이혼을 했다. 정식으로 이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빠는 딴 여자와 살고 있고, 엄마는 가장으로서 우리를 부양하고 있다. 아빠와 헤어진 이후에 전에 다니던 잡지사에 칼럼을 쓰면서 돈을 벌고 있다. 엄마는 치밀하지 못한 사람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순조롭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덜렁대서 꼭 중간에 사고를 하나씩 치고나서 일을 끝마치는 그런 사람이다. 아들인 나는 이런 엄마가 못미덥고, 불안하고, 때로는 불만이다. 그런 엄마가 중고차를 사다니.... 그러나 이 노란 코끼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였다.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물론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폐를 끼치게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이젠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 해.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야. 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갈 거야."
    이 책에서 말하는 이 '나'는 11살 남자 아이이다. 엄마의 서툰 행동에 대해 아이는 불만이 많아서 때로는 아들이 엄마한테 너무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이런 버릇없는 모습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사실성을 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은 아빠 없는 상황 속에서 상처를 받는다. 특히 아빠가 생일날 와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매달리지도 않는다. 자신의 상처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상처를 이해함으로써 상처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포인트가 될 만한 사건들로 주제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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