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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 개인독립만세: '개인 플레이 한다'가 욕이 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08. 1. 8. 19:51
    개인독립만세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지룡 (살림,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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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읽기 전에

    요새 주로 읽는 책들이 여행기, 아니면 그리스 신화 관련 책이라서 다른 책도 볼까 해서 골라봤다. 헌책방에서 이 책을 봤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 스스로가 개인주의적인 측면이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어떤 측면이 어떤 생각이 개인주의와 맞닿아있는지 나 자신도 잘 설명을 할 수 없었다. 뭐 꼭 설명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내 생각과 비슷한 측면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1. 읽었더니

    읽어봤더니 내 느낌과 거의 90% 이상이 일치했다. 내가 평소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회 현상들, 내 주변 삶의 모습들에 대한 입장이 거의 비슷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공감이 가는 부분들을 접어놓거나 표시해두는데 이 책은 접지 않은 부분보다 접은 부분이 더 많았다. 그래서 접는 것을 하지 않고, 내가 교사이므로 학교에 대한 얘기, 그리고 가족에 관심이 많으므로 가족에 대한 얘기가 있는 부분들만 접어놓았다.

    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2. 교사로서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시험과 숙제도 폐지되어야 한다. 시험과 숙제는 지식의 양이 적었을 때나 의미 있는 일이었다. 꼭 알아야 할 것을 정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식의 양이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합의조차 할 수 없다. 그런 것을 합의하는 동안에도 지식은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지식이 어디 있는지 찾아 내는 일이다. 이제 회사의 리더나 학교의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관리자 역할을 버리고 제대로 된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얘기는 교사의 역할은 억지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하고자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고, 똑같은 것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도덕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옳으니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재미있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하면서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아이들에게 설명해서 납득시키는 방식을 생각해 보고, 나 스스로도 그 이유를납득할 수 없는 것들은 우리 반부터 변화시켜봐야겠다. 교장, 교감 선생님, 학생부장 선생님, 다른 선생님들, 학부모들의 반응이, 무엇보다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3. 가족에 대해서
    "기능적 보완에 의한 가정은 시장과의 경쟁에서 패하고 있다.시장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가정이 담당하는 기능을 사회에서 분담하고 있다. 밥은 식당, 세탁은 용역회사, 휴식은 휴게방, 노후설계는 보험이나 연금 등) 이에 따라 '가족 붕괴'나 '가족 해체'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가정이 유지되려면 시장에서 살 수 없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옆에 있으면 마음 편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정서적 만족을 주어야 한다. 이런 정서적 통합에 의한 가족이라면 굳이 혈연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고', '기브 앤 테이크'를 저울질하지 않는 관계로 살아갈 것을 서로 합의한다면, '공동체'로서의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 제도의 모습이다. 영화 『가족의 탄생』이나 『다섯은 너무 많아』와 같은 발상...
    "과연 가정붕괴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사회병리 현상일까? 가정붕괴는 개인적으로 볼 때는 이혼 등으로 가정이 없어지는 것을 말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정의 안정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가정이나 그 구성원인 가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순간순간의 행복이지 장기간에 걸친 안정성이 아니다. 장기적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순간의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면 가족을 이루고 가정을 꾸려나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가정이라면 깨지는 것이 당연하고, 붕괴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략>.....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가정 붕괴'가 아니다. 가정붕괴를 막기 위해 어떤 개인이 희생당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가정파괴, 가정붕괴는 정말 우리가 막아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의 존립의 기반이니까... 그러나 그 존립 기반이 나에게 행복을 포기하게 한다면 지켜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점. 정말 파격적인 생각이다.
    "가정은 인간개조 작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동거하다가 결혼한 커플이 이혼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도 인간개조 작업 때문이다. 동거할 때는 불만이 있어도 참고 살다가 결혼만 하면 '내 사람'이 되었다고 착각하고는 사람을 바꾸려고 한다. 스스로를 바꾸는 것도 힘든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꾸겠는가. 결혼만 하면 인간개조를 시도하려는 것은 자기에게 딱 맞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도 있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대부분은 외부적으로 자랑스런 가족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을 바꿔서 뭐하겠는가? 그럼 내가 행복해지나?

    4. 어른 공경에 대해서
    "나는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제로인 사람이다. 어머니에 대한 공경심도 없는데 생판 모르는 남에게 어떻게 공경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나는 노인이라고 자리를 양보받고, 젊은 사람이라고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략>... 내가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다. 자리르 양보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이 미소를 지으며 고마워하는 것을 보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나도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다. 특히 나이로 아랫사람을 누르려는 분위기는 몸서리쳐지게 싫다. 거기다가 술로 강요하면 더 싫다. 이 놈의 권위... 한국 사회에서 언제쯤 사라질까?

    5. 읽고나서

    느낌이 좋다. 후련하다. 개학하고 애들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급격한 변화에 애들도 적응하지 못하고, 개인주의가 자칫 이기주의로 흘러갈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애들에게 적용시킬 때에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를 섬세하게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하는데 자칫 이도 저도 아닌 개념없는 애들로 만들어버릴 것 같아 염려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고민 많이 해서 변화 가능한 부분부터 변화시켜야겠다. 이 책을 학교 선생님들, 특히 교장, 교감 선생님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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