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에 대한 유쾌한 해법"이라고 되어 있는 김지룡의 자유로운 생각이 담긴 솔직한 책이다. 차례만 봐도 작가의 생각이 사회의 통념을 많이 거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뽑아보았다.
굳이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명예보다 널널한 삶이 좋다/체면은 함정이다/가족은 인질범이다/이젠 좀 대충 살아라/B급으로 놀아라/'손님은 왕'이라는 허울을 이용하라/삶의 공포를 갖고 노는 법/양다리가 들통났을 때 대처하는 법/실연 당하고 잘 사는 법/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하는 법
이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삶의 공포를 갖고 노는 법"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의 공포를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한가지다. 항상 최악의 결과를 상정하면서 사는 것이다. ....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행동하면 현실이 실망스럽지 않다. 항상 현실은 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실의 결과가 최선과 거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그것이 삶을 괴롭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내 앞에 나를 막고 있는 장애물들이 참 많다. 그 장애물들을 넘어오면서 내 자신이 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실제로 내가 성장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착각이 나의 눈을 높이고, 나의 기대를 높이면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게 나를 불행 쪽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전에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생활했었는데, 요새 그 생각을 좀 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찾게 되었다.
작가는 이 책보다 먼저 썼던 『
개인독립만세』가 잘 안팔려서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썼다고 했지만, 나는 『개인독립만세』가 훨씬 좋았다. 아마도 김지룡의 책을 처음 읽어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자기 생각과 주장을 담은 것은 비슷한데, 이 책은 자기가 겪은 일을 중심으로 생각과 주장을 엮었고, 『개인독립만세』는 생각과 주장이 자기가 겪은 일보다는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책들이 무게가 있는 책이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