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과 관련된 책은 대부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 있더라. 새로 나온 것도 아니고, 2000년에 나온 책인데도 모르고 있었다니....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부부인데, 두 사람이 좀 다르다. 남편 에릭은 어려서부터 여행을 해왔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내 김문숙은 독일로 유학가기 전까지 여행은 해본적도 없고, 자전거는 가까운 거리 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 후 첫 생일 때 자전거를 선물받고도 저걸 쓸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편은 저걸로 장인어른댁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몇 년 후 말이 씨가 된다고 독일에서 한국까지 자전거로 간다. 이 책은 그 기록이다.
코스는 독일-체코-오스트리아-이태리-그리스-이스라엘-이집트-케냐-인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한국이다. 중간에 비행기와 배를 타기도 했다. 유럽을 다닐 때는 캠핑 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스라엘부터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행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런 곳에서도 여행이 가능한 것은 역시 순수한 사람들의 도움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이색적인 경험들을 뽑아보면, 이집트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고속도로가 자동차 전용이 아니라서 자전거도 달리고, 소도 달리고, 양도 달리고, 사람도 걷고 그러고, 경찰은 조심히 가라고 손도 흔들고... 도무지 고속도로 같지 않은 고속도로를 달린 경험을 얘기했다. 또 하나는 이집트 나일강의 펠루카 여행이다. 이건 행창스님의 여행기에도 있었던 것인데, 펠루카는 뗏목이고, 이걸 타고 나일강을 가는 여행이다. 잠은 근처에서 캠핑하고, 밥은 배에서 사공이 해준다. 그 때는 여행객이 대신 노를 젓는다. 정말 한가로운 여행이다. 그런데, 안 좋은 것은 약속장소까지 가지 않고, 돈을 더 요구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것. 그 나라 문화라지만 불쾌한 것은 불쾌한 것이다.
작가는 여행 속에서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가능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원래 가진 기질과 여태까지 익숙했던 문화와 배치되는 것들까지 받아들이려 하니 때로는 힘겨워하기도 했다. 나도 그런 것들이 좀 두렵다. 새로운 것, 접하지 않은 것은 두려움이다. 그걸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여행기는 짧다. 15개 국을 230쪽에 담았으니 한 국가장 평균 15쪽 내외로 구성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2000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 여행은 그 전에 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 자전거 여행이 아직 활성화되기 전이니 자전거 여행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남편은 자전거 여행이 활성화된 나라에 있었으니 우리나라의 선구자라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아무튼 우리나라의 자전거 여행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이 부부가 2007년에도 책을 냈다. 이번에는 남미의 안데스 산맥을 넘었단다. 또 따라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