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실크로드, 고비 사막을 자전거로 여행한 사람의 여행기이다. 완전 미친 사람이다. 티벳을 차로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자전거로 가다니.... 그것도 텐트 들고... 물론 전 구간을 100% 자전거로 다닌 것은 아니다. 트럭이나 버스를 얻어타고 간 곳도 있다. 그러나 그 지역을 자전거로 갈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책의 구성은 이동 경로를 따라 이루어져 있고, 그 지역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 부분 나온다. 이 부분은 역사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티벳에서는 티벳의 역사, 실크로드에서는 위구르족의 역사, 고비사막에서는 몽골의 역사를 꽤 자세히 얘기하고 있다. 이 부분을 정보로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어야 하는데, 솔직히 잘 읽혀지지 않았다. 일단 지명과 인명이 낯설었고, 전체적인 맥락 없이 그 지역의 역사만 딸랑 떼어놓고 얘기하다보니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지역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여기서 접한 것이 새로운 배경지식으로서 앞으로 티벳에 대한 정보들을 접할 때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정보 중의 한 가지는 "티벳 여행은 한 구역을 정해 놓고 그곳을 중심으로 다녀와야 되는데 언제나 선으로 이어진 나의 여행은 이 곳에 적당한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전거보다는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구역 구역을 다녀야 한다는 얘기이다.
작가는 생각도 많은데엉뚱한 상상도 한다.
"후생에 나는 박테리아 파지처럼 가장 조악한 생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이 있으면 생명체로 살다가 물이 없으면 무기 물질로 돌아가는 박테리아 파지로 환생하면 이 복잡한 세상의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돌면서도 씻기지 않는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드는 가슴조차 갖지 않으리라."
박테리아 파지의 행복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막의 모래바람(그것도 역풍)과 잠자리의 불편함, 자전거의 고장, 물 부족, 식량 부족, 체력 저하, 무엇보다도 혼자 있다는 두려움과 외로움 등 여행할 때의 악조건을 모두 안고서 달리고나서 작가는 밤에 짐을 풀고, 땔감을 주워서 불을 피우고 혼자서(당연히!) 술을 마시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봐주는 이 없지만 나는 정말 사탕 안 줘도 혼자 잘 논다. 지나온 일은 '살아 있으면' 모두 쉬운 일이다. 아직 오지 않는 미래는 언제나 불투명한 법이고." 여행의 심정을 잘 표현한 말이라 생각한다.
고비사막을 지나 북경까지 오는 시간도 꽤 길었을텐데, 몇 페이지로 간단하게 적었다. 거기에서도 나름대로 얘기할만한 것들이 있었겠지만 책이 주로 티벳과 실크로드, 고비 사막이라서 그런 것 같다.
티벳과 실크로드와 고비사막을 자전거로 갈 생각이 있다면, 꼭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갈 생각이 있다면 약간은 공부하는 심정으로 읽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도 한 번 더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