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서원의 저자 초청 토론회를 묶은 『주제와 변주 2』이다. 『
주제와 변주 1』과 같이 저자와 토론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토론회에 대한 평가를 담은 대담도 넣었다.
조병준
커뮤니티는 시효 소멸된 개념이다. 대안은 네트워크이다. 흩어진 개인들의 공동체가 네트워크이다. 각자 흩어져서 생활하지만, 서로의 힘이 필요할 때 뭉치는 것. 모든 사람을 일체화하는 것, 내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어야 한다는 것은 지난 시대의 이야기이다. 개인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직장에서, 집에서, 친구 사이에서 다양한 정체성으로 자신이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면 된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일은 프로젝트 단위로 한다. 모이고 흩어지고, 모이고 흩어지고...
윤정은
단순히 전쟁이 너무 끔찍하다라는 것, 전쟁 반대 구호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지금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이라크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서 파병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전쟁을 필요로 하는 미국 사회가 문제이다. 우리가 파병을 하면 이익이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전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사회인지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나 사회를 침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로 나누고 협조할 수 있는 구조로 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자립한다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아서 살지 않겠다는 뜻이고, 결국 전쟁을 예방하는 방법은 전쟁반대 정도가 아니라 에너지 문제, 경제구조 문제, 지역과 국가의 문제,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 소비 문제 등 여러 부분에서 분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상봉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가 얻은 성과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열등감을 갖도록 만드는 사회이다. 그 성과가 합리적 의미의 성과도 아니고, 삶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인데도, 사람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낙오하면 버린다. 서울대에서도 법대 빼놓고는 묘한 열등감 갖는다. 법대 안에서도 누가 사법고시 빨리 붙고 누가 더 늦게 붙고, 누가 높고 더 좋은데 임관하고 등 이런 열등감이 있다. 아무 쓸모가 없는데...
박삼철
행복이란 말이 넘치는데, 상업화되고 의식화된 행복이 널려 있다. 맛있는 것 먹을 때, 좋은 옷 입을 때, 일등 했을 때... 이런 것이 행복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있다. 행복은 없고 행복의 이념만 있는 것이다. 스스로 찾고 만든 생각이 아니라 주어진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세뇌되어 따른 것이다. 우리 스스로 찾고 만드는 행복이 싱싱하고 생동하는 행복이다.
저자는 아니지만 인디고 서원의 허아람 선생의 질문 속의 시도 기억에 남는다. "차가 막힌다고 함은"이라는 시이다.
"차가 막힌다고 함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수용능력보다 차의 대수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표면적보다 차의 표면적이 많아서, 이제는 분명하다, 일정한 구간에서 차들의 표면적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에 가까이 도달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차들의 표면적의 합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수 여유 공간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을 초과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인디고 서원에서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들을 더 낸 것 같다. 그 책들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정말 건강한 청소년들이고, 나도 이런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