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인 인디고 서원에서 책을 통해서만 만났던 저자들을 초대해서 질문하고 대답받고, 약간의 강연도 들은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중고생들이라고 해서 질문의 깊이를 염려할 수도 있을텐데, 읽어보면 웬만한 대학생들보다도 깊이 있고, 핵심을 꿰뚫는 질문으로 저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책 읽기와 사유를 통해서 삶을 그리는 모습이 정말 이상적이었다. 한마디로 생각 있는 사람들이 꿈꾸는 모습이었다.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1. 이왕주
알고 있는 것과 충돌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선택하려 하지 말고, 혼란을 머리 속에 두고, 궁리하면서 버텨보자. 의문을 던지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의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먼 길을 돌아갈 때 이렇게 성찰하고, 음미하는 삶이 진정 살아가는 것이다.
2. 진중권
인터넷 시대에 지식인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지식인의 역할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발언을 해야 한다. 대신 기존에 갖고 있던 아우라는 던져 버리고, 대중과 똑같은 입장에서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해야 한다.
3. 한홍구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일본 우익이 일본을 무장시키려 하는 것이다. 현재 평화헌법으로 군대를 부인하고, 침략전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걸 깨야하는데,일본은 지금 너무 평화적이어서 이걸 깰 수 없다. 결국 국내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고 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과 분쟁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4. 박정대
시 감상에 실패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전체적으로 어떤 통일감을 가지고 자꾸만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시를 읽다가 어떤 구절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버려라. 그냥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만 받아들여도 된다.
5. 김용석
어떤 집단 내에서 동일성을 유지하면 평화롭다. 그러나 외부와 접촉할 때는 취약해진다. 우리가 모두 동일성을 갖고 있는데, 그 동일성이 감기에 약한 동일성이다. 감기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우리는 몰살당한다. 우리가 동일성을 갖지 않고 다양성을 가졌다면 감기 걸리는 사람도 있고 안 걸리는 사람도 있으면서, 생존의 위협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다양성은 생존의 문제이다. 다양해야만 생존할 가능성이 많다.
6. 강수돌
원래 우리 삶의 목적은 행복이고,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돈벌어 열심히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돈벌이가 목적이고, 행복은 수단이 되어 버렸다. 이런 것을 원래대로 바꾸는 것이 혁명이다. 현재의 체제가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분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졸자와 비대졸자,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류 출신과 이류, 삼류 출신 등. 따라서 경쟁하거나 분열하지 않고 연대하고 힘을 합쳐서 하나로 가면 혁명은 가능하다.
자본주의논리를 나타내는 공식이 있다. 'M/무한대=0' M은 소유, 성취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하고, 많은 것을 성취해도 삶의 질은 0 이 된다는 것이다.
7. 박홍규
우리는 패거리를 많이 만든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자기에 대한, 자아에 대한, 개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그래서 쓸데없는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