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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87]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위험한 흔들림
    행간의 접속/인문 2008. 9. 30. 21:10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카테고리 청소년
    지은이 윤세진 (그린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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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공부하는 저자가 언어에 대해서 쓴 책이다. 저자가 썼던 『신국어독본』의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란다. 그러나 언어에 대한 것이라고 해서 문법에 대해서 깐깐하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말하기,읽기, 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꽤 자유분방한 생각을 담아서 쓴 책이다. 그러나 이 자유분방함이 대책없는 자유분방함이 아니라 근거 있고, 나름대로 합리적이라서 설득력이 있다.

    1. 언어에 대해서

    언어는 게임이다. 게임은 규칙이 있고, 언어 게임은 상황이 주는 규칙에 맞게 사용된다. 언어의 상황은 다양하므로 언어의 규칙도 다양하다. 다양한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규칙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는 나도 하나가 아니다. '하나의 나'는 없다. 이 언어게임에서 저 언어게임으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나'가 태어난다. 언어를 새롭게 하는 것은 수많은 '나들'의 동일성을 보증하는 단 하나의 '나'를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의미도 마찬가지이다. 의미는 단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맥락에,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에 의해 발생된다. 어떤 단어도 그 자체로 의미를 형성하지 못한다. '하나의' 의미를 찾는 언어게임, 모든 행위를 명쾌하게 분류하고 의미화하며, 그 체계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가차없이 제거하는 언어게임은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고착시킨다. 우리의 언어게임은 이 게임과 저 게임을 넘나들며 지배적 의미를 교란시키고 우리만의 새로운 의미, 가볍지만 진지한, '멋진' 의미를 생성해내는 게임이어야 한다.

    2. 국어에 대해서

    외국어로 인해 한글이 많이 오염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저자는 영어식 표현이냐 일본식 표현이냐는 중요치 한다고 말한다. 그 표현들이 언어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생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언어를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다 빵빵하게 해줄 것이다. 은어와 속어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말과 고운 말만 강조하고, 은어나 속어를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양한 언어게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되는 맥락과 용법이다. 그렇다고 욕을 막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 따라서 욕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 욕을 가지고 지배권력에 저항할 수 있을 때, 욕을 가지고 보다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욕을 가지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책읽기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대로 책읽기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만 여긴다면 책읽기는 고역이다. 작가 자신도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말할 수 없을 때도 있고, 의도가 잘 들어가지 않은 글을 쓸 때도 있는데, 책 읽을 때마다 독자가 어떻게 그것을 찾을 수 있겠는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꽂히는 책을 만나게 되고, 책은 즐거움이 되고, 책읽기는 놀이가 된다. 책의 주제나 의도는 숨겨진 보물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완성하는 여백 같은 것이다.

    4. 글쓰기에 대해서

    글쓰기는 변신이다. 자신의 본성을 뛰어넘어 사물과 나의 경계를 뛰어넘어 무아의 상태를 체험하고, 다양한 정서를 주파하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글쓰기이다. 자신의 신체가 공명할 수 있는 만큼 글은 풍요로워지고 자유로워지고 다채로워진다. 자신의 신체를 바꿔라. 신체가 바뀌고 리듬이 바뀌고 삶이 바뀌면 , 글은 꼭 그만큼 바뀐다. 글은 삶이다.

    국어교사로서 이 책은 위험한 흔들림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 흔들림이 나쁘지 않다. 전범과 권위에 막힌 언어와 의미를 해방시켜 자신의 몸으로 언어를 품어 안으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진정한 삶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그게 바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다시 국어교사로서 이런 삶을 교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나의 국어수업을 내일 갑자기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의미를 강요하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책읽기를 즐길 수 있도록도와주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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