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한 백수 수연은 피아노를 치며 음악을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음악적 성공을 위해 영국 리버풀로 유학을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모아놓은 돈도 없고, 집안이 못살지는 않지만 유학을 보낼줄 정도로 넉넉하지도 않다. 결국 가족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가출해서 친구 동호의 자취집에 얹혀 산다. 자취집에 얹혀 살며 음악적 활동을 모색한다. 그러다 동호와 둘이서 밴드를 조직해서 인디밴드 페스티발을 준비한다. 드디어 페스티발 당일 무대에 선 수연은 건반을 치지도 못하고 뛰쳐나온다.
2. 꿈만 있는 20대
수연은 20대 음악 지망생이다. 정식으로 데뷔하지도 않았고, 무대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혼자서 음악 만들고, 자기 혼자서 연주하고, 자기 혼자서 꿈을 꾼다. 아직 이루어놓은 것은 없다. 물론 돈도 없다. 현실적인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장사하는 친구, 자취하는 동호 등에게 의지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도 자신은 꿈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꿇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꿈이 없는 그들은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연의 문제는 음악을 하겠다는 꿈만 있다는 것이다. 수연에게는 실력이 없다. 실력은 객관적으로 외화되어야 인정받는다. 자신이 실력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실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설사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남들은 알 수가 없다.
수연에게는 계획이 없다. 리버풀에 유학가겠다는 것은 계획이 아니다.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들이 있어야 한다. 돈은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입학을 위해서는 어떠한 경력을 쌓아야 할 것이며, 그러면서 실력은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결정적으로 수연은 자신을 모른다. 자신이 실력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자신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기적이고, 버릇없고, 적반하장이고, 즉흥적이고, 무계획적이고, 안하무인이고, 배려심 없고, 감정적인 것을 모른다.
3. 무대에서 자신을 보다
그러다 페스티발 무대에서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지만, 누르지 못한다. 관객이 무섭고, 무대가 무섭고, 음악이 무섭고, 사람이 무섭다. 실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 두렵고,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그 가운데에서 자신을 본다. 자신의 현실을 깨닫는다. 전부터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러나 무시하면 되었다. 그러나 무대는 다르다. 무시하고 싶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로서 내 피부에 와닿으니까. 무대를 뛰쳐나온 수연은 거리를 헤매다 택시를 타지만 어디로 향할지 정하지 못한다.
4. 수연의 희망, 현실의 수연
영화를 보면서 수연의 매력, 수연의 긍정적인 측면이 무엇이 있을까 계속 찾았다. 영화가 20대의 대책없는 삶을 우울하게 보여주고서 끝낼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딘가 우리에게 희망의 단초를 심었을 것이다. 수연에게 그런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저렇게 싸가지 없게 굴겠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측면을 보여줄 것이고, 지금은 저렇게 실력이 없지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장하여 자리를 잡거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쉽게 희망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은 공항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을 보는 수연의 모습으로 끝난다.수연은 여전히 음악을 위해 영국 유학을 꾸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자신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일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수연은 꿈만 가진 20대에서 자신을 알고 꿈을 꾸는 20대가 된 것이다.
5.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 전반기
20대는 그렇다. 뭣 모르고 뛰어들고, 계획없이 일 벌이고, 여기 추락했다, 저기 날아간다. 오직 열정과 꿈으로도 배부르며 자신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고, 사람들 속에서 성장하면서 꿈을 향해 도전한다. 이 영화는 꿈을 이루는 과정 중 앞부분만 우리에게 보여준 것이다. 수연이 음악가의 꿈을 이루었는지 안 이루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연이 희망을 키워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을 영화 속에 가둬두어서는 안 되고, 영화 밖 미래로 펼쳐야 인식할 수 있다.
문득 나의 20대는 어떠했었나, 지금 나의 꿈은 진행 중인가 뒤돌아보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