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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 |
감독 |
이윤기 (2008 / 한국) |
출연 |
전도연, 하정우, 김혜옥, 김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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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를 봤다.
어느날 갑자기 여자는 남자를 찾아와서 1년 전에 빌려준 돈 350만원을 갚으라고 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던 남자는 돈이 없다고 하자 여자는 무조건 달라고 한다. 결국 남자는 돈을 갚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고 여자는 동행한다. 그 남자를 믿을 수 없으므로... 그렇게 같이 지낸 하루를 그린 영화이다.
남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진지함이 없다. 속도 없다. 돈을 위해서 자존심 다 버린다. 상대를 떠받든다. 대책도 없다. 현실감각이란 도무지 없다. 계획도 없다. 거기다 분위기 파악도 하지 못한다. 아니 안한다. 여자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다. 그러나 정이 많고, 자신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항상 사람들 속에서 어려운 주변을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있다. 같이 살면 정말 마음 고생할 것 같지만 이 남자 웬지귀엽고, 끌린다. 인간적이다.
여자가 왜 갑자기 350만원을 갚으라며 나왔는지는 모른다. 뭔가 힘든 일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장면들이 있지만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우는 장면, 벌로 껌 떼는 아이와 함께 껌 떼는 장면 등에서 외로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는 있지만 알 수 없다. 여자는 남자에 대해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가까이 하면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마침내 그와 헤어지고 나서는그의 현재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전작 『여자 정혜』에서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렸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봤다. 그러나 눈에 띄지는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개별심리보다는 굉장히 낯선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남자를 보는 시선이 변화한다. 그 시선은 여자의 시선이면서 동시에 관객의 시선이다. 이 남자 형편없는 줄 알았는데,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하정우의 연기이다. 쉴새없이 쏘아대는 대사들 속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다. 어떻게 보면 의미없이 보낼 수 있는 대사들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면 인물이 완성된다. 보면서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하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다.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도시적인 재즈 음악도 좋았고, 서울의 구석구석을 친숙하게 담아놓은 풍경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