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과 자전거와 여행, 이 영화를 나타내는 세 가지 테마이다. 이영화는 하정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완성을 위해서는 하정과 수욱이 만나야 한다.
1. 헌책방: 과거, 수욱의 이야기
헌책방은 누가 한 번 이상 본 책을 파는 곳이다. 헌 책 속에는 누군가의 과거가 들어있다. 헌 책 속에는 그 사람의 숨결과 추억이 들어있다. 갈피 속에서 나오는 사진이나 사물들이 그 사람을 말해주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메모들은 시간을 돌아보게도 한다.
수욱은 그런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매여서 살고 있다. 과거의 연인이 사고로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지만,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꾼다. 가능성 없는 말이 경마에서 우승하기를 바라면서..
2. 자전거: 현재, 수욱과 하정의 사랑
자전거는 쉬지 않고 페달을 돌려야지 넘어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자전거는 언제나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시간은 정지하지 않고, 우리를 항상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자전거는 현재이다.
수욱과 하정의 사랑은 자전거로 연결된다. 하정의 자전거가 고장났을 때 수욱이 고쳐주고,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마음을 나누고, 자전거를 태워주며 사랑을 키운다. 한편, 하정은 집안의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아버지와 동생의 불화, 가출한 오빠, 알콜 중독으로 죽은 엄마... 생각하기도 싫은 집안의 문제들 속에서 하정은 자전거로 극복하고, 수욱과의 사랑으로 극복한다.
3. 여행: 미래, 하정의 이야기
사람들은 여행을 꿈꾼다. 여행은 현실이 아니고, 일상이 아니다. 여행은 일탈이고 자유이다. 그것은 지금 이룰 수 없지만 언젠가 미래에는 이루고 싶은 꿈이다. 그래서 여행은 미래이다.
하정은 수욱과 헤어지고, 공무원이 되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하정은 수욱과 함께 꾸었던 꿈을 이제혼자서 이루려고 한다. 몸은 현재이지만 마음은 미래에 가 있다. 그래서 지금을 견딜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소재와 이야기가 딱 내 취향이었다. 게다가 나는대학 때 하루가 멀다 하고 헌 책방을 다녔었고, 지금도 책을 헌 책방에서만 사기 때문에 헌 책방이라는 공간이 영화에 등장하는 것 자체로 좋았다. 또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중고등학교 때 자전거로 학교 다녔고, 지금도 내 소유의 자동차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여행 다니니 "달려라 자전거"라는 영화 제목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여행은 내가 그렇게 내세울만큼 여행을 다니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만은 누구 못지 않다고 했을 때 충분히 내 마음을 끄는 소재이다.
한 마디로 나를 위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