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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
카테고리 |
소설 |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노마드북스, 200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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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라라피포』를 봤다. 제목의 뜻은 "a lot of people"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 도쿄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명문대 출신 대인공포증 환자로 프리랜서 기자인 스기야마 히로시, 여자들 등쳐먹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달로서 카바레 클럽 스카우트맨을 하는 구리노 겐지, 권태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에로 배우로 거듭난 중년의 주부, 사토 요시에, 남의 말을 절대로 거절 못하는 소심한 노래방 아르바이트생 아오야나기 고이치, 한 때는 순수한 문학 청년이었다가 현재는 관능소설을 쓰는 대머리 아저씨, 사이고지 게이지로, '폭탄'이라 불리는 못생기고 뚱뚱한테이프 리라이터 다마키 사유리 등 6명의 사람들 이야기이다.
이 6명은 직접적으로는 서로 관련이 없지만 각각의 주변에서 관련을 맺고 있는 옴니버스 구성이다. 즉, 스기야마 히로시가 위층 집의 섹스 소리를 듣는 것을 낙으로 삼는데, 그 위층 남자가 바로 구리노 겐지이다. 그리고, 구리노 겐지의 동료 스카우트맨이 섭외한 에로배우가 사토 요시에이다. 그리고, 사토 요시에의 이웃집에 살면서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이 바로 아오야나기 고이치이다. 아오야나기 고이치가 일하는 노래방에 자주 오면서 여고생들과 원조교제를 하는 사람이 사이고지 게이지로이다. 사이고지 게이지로의 구술 테이프를 문서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다마키 사유리이다. 그리고, 다마키 사유리와 도서관에서 만나 관계를 맺는 사람이 스기야마 히로시이다. 이런 식으로 잘 짜여진 옴니버스 구조를 이룬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콤플렉스를 육체를 탐닉하며 위안을 삼는다는 것이다. 스기야마 히로시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이렇다할 직업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다마키 사유리와의 섹스로 잊으려 하고, 구리노 겐지는 여자들을 꼬셔서 팔아넘기는 일을 하고, 사토 요시에는 남편의 무관심과 소통이 없는 가정에서의 불만을 에로 배우를 함으로써 보상받고자 하며, 아오야나기 고이치는 노래방에서 일하면서 간간히 원조교제의 제안을 받고, 사이고지 게이지로는 순수문학에 들지 못하는 자격지심을 원조교제로 해소하고, 다마키 사유리는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자신을 원하는 못난 남자들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비주류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육체 뿐이고, 오직 육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 할지라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길은 그 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그것마저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비주류로 살아가는 이들을 그들이라고 말하는 나는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주류인가 생각해봤을 때, 그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결국 누구에게나 비주류의 특성은 어느정도는 다 갖고 있으면서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주류를 지향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도 '라라피포' 중의 하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