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는 재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재준의 어머니로부터 재준의 일기장을 받는다. 재준의 일기장은 유미가 선물로 준 것이었고, 그 첫 장에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말로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말이 씌어 있다.
재준의 일기를 읽으면서 유미는 재준과 자신의 삶을 돌이키면서, 재준을 다시 기억한다. 첫 만남, 크리스마스 여행, 각자 자신의 사랑을 추구하는 것을 존중하는 모습 등... 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죽음의 원인이 되는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가 왜 그토록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했는지를...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탔지만, 탈수록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오토바이에 빠지게 된다. 오토바이가 문제가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게끔 만드는 현실이 문제이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님, 오르지 않는 성적, 풀리지 않는 연애, 꿈꾸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탈출구는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재준이 왜 죽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게 되지만, 막상 그의 죽음의 이유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죽음의 미스테리를 풀 수 있는 명쾌한 답을 바랐지만, 그런 것은 없다.미스테리를 풀고자 그의 죽음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얘기하기 위해서 죽음을 가져온 것이다. 그의 답답한 삶, 꿈꾸지 못한 삶, 남자가 되지 못하고, 소년으로 남은 삶을 말하기 위해서 그의 죽음을 얘기한 것 같다. 아울러 재준의 삶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이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의 삶은 정상적인 삶은 아닌 것 같다. 꿈꾸지 못하고,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삶 속에서 청소년들은 피폐해져간다. 그리고, 그들을 보는 어른들도 함께 지쳐간다. 청소년들의 해방구가 어딘가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