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민중가요 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민중가요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민중가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평등과 탄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억압받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그 억압의 사슬을 끊기 위해민중가요는 그들과 함께, 투쟁의 현장에서는 불려지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민중가요와 거리를 두었던 나와는 무관하게...
투쟁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투사가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가 된 후에 거리로 나왔고, 회사와 싸우고 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다. 투쟁이 즐거울리 없고, 힘들 수밖에 없다. 그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먹었다가도 옆 사람의 얼굴을 보고 투쟁의 달력을 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 연영석이 있다. 연영석은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준다. 그의 약발이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무대에 서고, 기타를 잡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투쟁의 순도 100%이리라.
연영석의 노래가 12곡이 나온다. 강한 비트의 포크록의 곡들이 많았는데, 기억에 남는 곡은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냐」이다. 제목부터가 속 시원한데, 노래는 제목보다 더 시원하다. 가슴 속에 하고 싶은 말과 욕지꺼리를 시원하게 내뱉을 수 있게 하는 노래이다. 이전에는 니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다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을 두 눈 부릅뜨고, 주먹 불끈 쥐고 외치는 노동자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진다.
연영석은 말한다. 사람들의 열정이 전과 다르다고. 현장의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라고... 이기는 싸움을 경험한지 너무 오래되었고, 항상 패배의 그림자가 언제 우리를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필승"이 필요하다고... 필승은 승리가 보장된 싸움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쓰러져 있는 도전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필승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