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이다. 『공중그네』와 같은 웃음이 넘치는 작품인 줄 알았는데, 뒤집어지는 웃음은 없지만, 사람들의 머리 속을 왈칵 뒤집어놓는 발상은 여전하다.
지로는 초등학교 6학년이고, 부모님과 누나, 여동생과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버지에게 있다. 아버지는 일은 안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글이나 쓰고, 레슬링하자면서 지로를 괴롭히기만 한다. 그러더니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서는 아버지가 점점 이상해지고, 과격해진다. 알고 보니 예전부터 그랬었다고 하고, 유명한 과격 운동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의 동료도 함께 생활하게 되고, 그 사건에 연루되어 가족은 오키나와 밑의 이리오모테섬으로 간다. 그러는 중에 지로는 학교에 불량학생 구로키와 중학생 가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만 꿋꿋하게 저항하며 버텨낸다.
도쿄에서의 생활이 1부이고, 2부는 이리오모테섬에서의 생활을 담고 있다. 섬에서 가족들은 자급자족하면서 문명과는 떨어진 생활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낯설어하지만 점차로 자연과 닮은 삶에 적응한다. 그러던 중 섬을 계발하려는 대기업이 자신들의 땅이라면서 철거를 요구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들과 다시 싸움을 하다가 붙잡혔지만 탈출하여, 섬을 빠져나가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인 파이파티마섬으로 간다.남은 아이들은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가장 깨는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자식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믿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자식들을 남겨놓고 그렇게 떠날 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굳이 따지자면 자식들을 믿고, 동네 사람들을 믿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동네 사람들은 지고 가족이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항상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고 애썼으며 항상 편들어 주었기 때문에 아이들만 남겨두어도 아이들이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성도 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믿음과 자연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만큼 인성교육에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날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나눠주었다. 돈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정치와 경제 따위 필요도 없네, 라고 아버지 같은 소리를 하고 싶어진다."
자기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공유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돈이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는다. 도시에 있을 때에는 항상 돈이 있어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었고, 돈 때문에 불량학생들에게 맞고, 빼앗기고, 불안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다.
"지로,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아버지는 그중 한 사람이다. 알겠냐?"
혁명의 중심에는 민중의 투쟁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인데,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변화하게 된다. 토쿄에서는 빈둥대는 아버지여서 창피했지만, 이리오모테섬에서는 노동하고, 땀 흘리고, 투쟁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무게중심은 2권에 쏠려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삶은 2권에 있는 이리오모테섬의 생활이다. 경쟁하지 않고, 자연과 함께 공유하는 삶. 그런 삶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1권의 토쿄의 삶을 배치하였다. 토쿄의 삶은 경쟁의 삶이고, 자본의 삶이고, 폭력의 삶이고, 비상식의 삶이다. 이리오모테섬의 생활을 제시하면서 토쿄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짚어 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 안의 우에하라 이치로(지로의 아버지)의 목소리를 외치라고 말한다. 그냥 나도 남쪽으로 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운동권 부모 밑에서 유랑생활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리버 피닉스 주연의 미국 영화 『Running on Empty』하고도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