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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시선 |
감독 |
김현필, 노동석, 김곡, 김선 (2006 / 한국) |
출연 |
김요한, 김태우, 정진영, 황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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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영화 『세번째 시선』을 보았다. 모두 6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이전의 『다섯개의 시선』,『여섯개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잠수왕 무하마드」는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그는 유독가스가 나오는 공장에서 마스크도 없이 일한다. 주변에서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하는데도 그냥 일한다. 그가 그렇게 일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숨을 안 쉬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잠수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고향에 그의 소문을 듣고 찾아간 리포터는 그를 만나지 못하고, 그는 우리의 가까운 곳에서 그의 일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인정 받는 사람이 한국에서는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풍자가 빛난다.
「소녀가 사라졌다」는 소녀 가장의 이야기이다. 소녀 가장을 바라 보는 사회의 편견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소녀가장을 자신의 선행의 대상으로만 보고, 소녀로서, 인간으로서는 대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죽음이 애절하지도 않고, 안타깝지도 않고, 절실하지도 않고, 그저 아쉬운 정도이다.
「험난한 인생」은 흑인 여자 친구를 둔 남자 초등학생의 이야기이다. 인종에 대한 편견을 그리고 있다. 학원 원어민 강사가 백인이라서 그의 딸이 백인일 줄 알았던 어머니는 흑인 여자 친구를 데려오자 학원에 확인하며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 흑인과 백인이 결혼하면 혼혈이 나올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흑인이나 백인이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사랑을 지키는 남자 아이가 컸을 때에는 험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당신과 나 사이」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는 여자와 이에 대응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여자는 아이가 어느 정도 컸으니 다시 일을 하려 하고, 남자는 말린다. 내가 봤을 때 요새 남자가 저렇게 나오면 힘들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에는 아직도 그런 남자들이 많은가 보다. 아니 어쩌면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억눌린 감정을 얘기하고 싶은데 말하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을 것 같고... 결국 이 작품은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BomBomBomb」는 학교에서 동성애자로 낙인 찍힌 학생의 이야기이다.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편견에 가득차 있으며,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아예 얘기할 수도 없고, 오히려 집단적인 폭력이 판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 저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문제는 심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어떡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사용자는 물론이고, 정규직 노동자로부터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처절한 현실이 잘 드러나 있다.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긴 터널 속에서 사고가 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문제작보다는 무난한 작품들이었다. 실험적인 기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려는 의도들이 보였다. 조금 더 재미있을 수도 있었는데, 아쉬웠다. 단편은 반전과 역설의 맛이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미약했다.
그래도 네 번째 시선도 쭉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