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2] 라디오 스타: 변두리의 훈훈함

라디오 스타 감독 이준익 (2006 / 한국) 출연 박중훈, 안성기, 최정윤, 정민준 상세보기

『라디오 스타』를 봤다. 한물 간 왕년의 스타와 매니저 사이의 끈끈한 정을 얘기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정감있게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표면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최곤과 민수의 우정이다. 최곤은 민수로부터 받기만 하는데도 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니 자신이 받는지도 모른다. 민수는 자존심 다 버려가면서 최곤을 뒷바라지하지만 자신이나 가족은 돌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최곤은 민수가 없어진 후에야 민수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이면에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 다방 아가씨 김양, 중국집 배달부, 백수, 고스톱 할머니, 꽃집 총각과 짝사랑 애인 은행 여직원, 순대국집 식구들,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리버 등... 이들의 삶은 꾸미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다. 이 영화는 소도시 영월의 풍경을 하늘을 나는 카메라를 잡으면서 라디오가 바로 우리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으면서 우리를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라디오는 한물간 퇴물이 아니라없는 듯하면서도 있는공기와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는 생각보다는 미흡했다. 안성기의 능청스러운 연기만이 돋보였을 뿐이다. 박중훈의 스타 연기나 최정윤의 젊은PD 연기는 어딘지 미흡했다. 감독은 연출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는대로 갔다고 하는데, 감독이 조금만 더 다듬었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주류에 끼지 못하는 변두리 인생들의 그저 그런 이야기가 한물간 매체를 타고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화를 보니, 예전에 들었던 LP판을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