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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20] 팔월의 일요일들: 상상과 우연
    느낌의 복원/영화 2006. 10. 6. 15:23
    팔월의 일요일들
    감독 이진우 (2005 / 한국)
    출연 양은용, 임형국, 오정세, 이지수
    상세보기

    『팔월의 일요일들』을 봤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내의 소지품 중에서 나온 책에 써있는 남자의 이름을 보고, 그 남자가 누구인지 찾는 남편, 그리고 그 책을 찾는 그 여자의 담당 여의사, 그리고 그 책을 찾아주겠다고 하는 헌책방 주인의 이야기이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남자는 책에 있는 남자의 이름이 아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찾지만 결국 찾지 못한다.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괴로워했을 것이다. 남자의 질투와 소유와 집착은 치졸해보이지만 어쩌면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책을 찾는 여의사는 정말 쿨한 생활을 하는데, 사실은 쿨하다기보다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이 밀어넣은 관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그녀에게 주체적인 것은 없어보인다. 단지 아니라는 말할 때만 빼고 말이다.

    헌책방 주인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어머니의 연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머니는 행복하다는데.... 할 수 없이 인정하긴 하는데, 새로운 아버지(?)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아내의 책에 써있던 이름은 아내와는 관계없는 사람일 것이다. 헌책이니까. 헌책을 사면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내용들을 보게 된다. 그것을 그 남자는 오해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책의 주인은 헌책방 주인의 학교 선배인데, 죽은 사람이다. 그리고 여의사는 직접 헌책방 주인과 만난다.

    헌책을 통해서 관계없는 인물들이 아주 우연한 연결을 맺어줌으로써 삶의 우연성을 보여준다. 아울러 각각 인물들의 삶과 성격도 보여준다. 구성은 옴니버스식으로 나가 좋아하는 구성이다. 단지 인물들의 일상이 너무 일상적이어서 영화적인 재미는 별로 없다는 것.

    감독 인터뷰에서 감독은 상황을 제시하고 해석은 관객이 하라고 했는데, 의도에는 공감한다. 관객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영화였다. 감독이 비워놓은 여백을 채우려고 했고, 재미있게 채우는 작업도 했다. 그런데, 감독이 너무 많이 비워서 채우다가 좀 지치기도 했다. 특히 여의사의 정서는 공유하기 힘들어서 채우기가 힘들었다. 정보를 조금만 더 주었으면 재미있게 채웠을텐데....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당연히 힘들지만, 이런 영화가 꾸준히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는 보장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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