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하고 여행기를 읽었다. 송파도서관에서 두 권 빌렸는데, 하나는 가이드북이고, 하나는 여행기이다.
일단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따라 일정을 짜려고 여행상품을 알아봤는데, 내 일정과 마음에 맞는 상품이 없어서 포기하고 스키나 타고 있다가 다쳐서 책도 읽기 싫었다. 여행 못 간 것도 아쉽고, 다리 다친 것도 억울한데, 여행기를 보면 더 속상할 것 같아서 그냥 책상에 두기만 했다. 그러나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보니까 너무 심심해서 그냥 읽었다. 언젠가 갈테니까 미리 읽어둔다고 생각하고...
앙코르왓, 베트남, 라오스 세 부분으로 되어 있었다. 세 군데를 한꺼번에 간 것이 아니라 다른 기간에 시차를 두고 쓴 것이었다. 일기식으로 하루의 일상을 썼고, 각 여행국에 대한 정보와 가계부도 써놓았다. 인도차이나 쪽으로 갈 때는 방콕을 거쳐서 가다 보니 방콕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각국에서 이 사람이 보고 느낀 것을 내가 다시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 없을 것 같고, 내가 느낀 것은 여행의 의미와 목적이었다. 전에 여행 만난 사람한테도 물어본 것이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뭔가 채워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여행자들은 숙소를 잡고,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타고 어디로 가고 그것을 보고, 다시 돌아오고,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 가운데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그런게 인생이고 사는 것이라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여행은목적이 없는 일상으로 느껴진다. 아니면 흐릿한 목적이거나.
또 하나는지은이가 고대 사대 선배이고(과는 다르지만), 교직에 있다는 사실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비교하게 되고... 이 사람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쓰고, 민사고에 재직한다는 것들에 자격지심도 생긴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은 나는 여행 많이 다닌 사람에게 열등감이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래서 가야겠다. 이런 쓸데없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오늘 남미 여행에 관한 책도 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