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여행에 관한 책이다. 작가는 71년생 여자이고, 미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수료 후에 6개월동안 남미를 여행한 것이다. 여행의 목적은 공부가 너무 따분하고 답답해서 그냥 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행을 하고 그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탐색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평소에 여행을 즐겨 다닌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격이 사교적이거나 모험심이 강한 사람도 아니며, 늘 안정적이고 검증된경로만을 선택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 즉 나와 비슷한 사람의 여행기였기에 관심이 갔다.
작가가 다닌 곳은 멕시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칠레, 파라과이, 브라질이었다. 그 중 작가는 멕시코의 타스코와 와하카를 추천했고,파나마에서는 쇼핑을 했다. 그리고 남미로 들어와서 콜롬비아가 사람들이 생각한 것처럼 위험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편안했다고 한다. 그리고 브라질의 이과수 폭포의 장관과 리우 데 자네이루의 해변이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 남미의 고대 문명과 식민도시의 이국적인 모습들도 얘기했다.
여행 중 작가는 적당히 친구도 사귀고, 적당히 혼자 다니고, 호객행위에 질리기도 하고, 버스에서 고생도 하고, 숙소를 잡지 못해 식모 역할을 하는 민박도 하고, 오토바이 히치하이킹도 하고, 사기도 당하고, 노트북도 고장 내기도 하면서 여행을 했다. 그런 여행의 예기치 못한상황들은 어떻게 보면 여행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았다.
작가는 풍경에 대한 묘사, 느낌에 대한 묘사들에서 상당히 문학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돌려말하는 것 말이다. 특히 남미 문화를 접했거나 적어도 이국적인 문화를 접했던 사람들한테는 상상이 더 잘 될 것 같았다. 솔직히 문학적이긴 한데, 상상력이 부족하고 이국적인 문화를 접하지 않았던 나는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한 번 갔다와서 다시 보면 좀 달라지려나.
내가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전히 갖고 있던 질문은 여행의 의미인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다시 여행을 떠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기억을 수집하기 위해서다. 여행의 효용은 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이라는 실제적인 것이 아니라 이처럼 좀더 근원적인 곳에 있었다. 행복했던 기억이야말로 소극적이긴 해도 가장 확실하고도 손쉬운, 가능한 모든 고통과 맞설 수 있는 내가 아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행의 기억이 고통을 이겨내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은 여행하면서 느끼지는 못할 것이고, 여행 후에나 느끼는 것인데, 여행 중에 느낄 수 있는 여행의 의미는 뭐가 있을까? 이국적인 체험과 낯선 느낌? 그런 것도 얘기한 것 같다.
"누군가 언젠가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멋있는 풍광을 구경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휴식하며 독특한 문화 체험을 하기 위하여. 이것은 여행의 효용성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루한 현실 속에 어쩔 수 없이 뿌리내리고 만 보잘 것 없는 화초 같은 내 자신과는 다른, 어딘지 상당히 근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에 잠시나마 잠길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의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다."
남미도 가고 싶다. 멕시코와 브라질의 해변, 페루의 고대문명도 보고 싶고.... 정말 갈 수 있을지는....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