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1, 2』를 읽었다. 유명한 사람, 특히 작가가 쓴 자전거 여행기는 어떠한가 하는 생각에 읽어보았다.
1. 자전거 얘기는별로 없더라.
제목이 자전거 여행이라서 자전거에 대한 얘기가 아주 많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방점은 여행에 찍혀 있었다. 자전거 얘기는 별로 없다. 이동 경로에 대한 얘기도 조금밖에 없다. 어디에서 자고,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한 것도 별로 없다. 준비물로 무엇을 가져갔는지도 없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적인 얘기를 반복해서 나열하지 않았다. 우리가 인터넷에 쓰는 여행기하고는 다르다.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싶었는데 별로 없더라.
2. 사색이 많더라.
자전거 얘기가 별로 없는 대신 사색이 많았다. 여행지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들이 책을 채우고 있다. 머리 속 생각을 글로 표현하다보니 추상적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만히 곱씹어보면 오히려 구체적인 표현들이 많다. 독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표현들이 아주 많다. 편하게 같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들었다가 뒤통수 얻어맞았다. 머리를 꽤 사용해야 하는 책이다.
읽다 보면 사물에 생명을 담아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숲, 강물, 바다, 나무, 길 등 작가를 둘러싼 것들을 이야기할 때에는 마치 생명이 있는 존재인 양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환경과 대화하고 환경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고, 애정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여행지에 대한 학구적인 태도에서 나온다. 여행지를 가기 전에 관련되는 책을 보는데, 단순한 관련 교양서가 아니라 대학 교수가 쓴 그 분야 전문서를 읽고서 여행을 간다. 그냥 가면 아무런 감흥 없이, 쌓인 것 없이 돌아오는데, 작가는 그렇지 않다.
물론 작가는 전업 작가이므로 자전거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취재 여행을 자전거로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라면 힘들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80km이상 넘으면 생각은 단순해지고, 빨리 씻고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깊이 있는 사색을 한다는 것은 좀 불가능한 것 같다.
3.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더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대화의 내용이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와 나누는 그것이 아니다. 몇십년을 함께 지낸 이웃이나 친구로서 그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시선으로서 그리고 있다. 작가이기 때문에 취재하고 인터뷰하면서 나눈 대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4.내가 간 곳은 이해가 잘 되더라.
대신 내가 간 곳은 의식적으로 머리를 쓰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한강, 남한강, 남한산성 등 내가 다닌 몇몇 곳의 이야기는 내가 같이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이 책에 있는 곳들을 다니고나서 한 번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