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타리 영화 『우리 학교』를 봤다. 일본 홋가이도에 있는 조총련계 민족학교에 관한 다큐멘타리 영화이다. 감독이 학생, 교사, 동포들과 함께 3년동안 생활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만든 작품이다.
일본 패망 후 조선인들 사이에서 민족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조선인들의 돈으로, 조선인들의 힘으로 일본 곳곳에 민족 학교를 세웠지만, 현재는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민족 학교는 주변 동포들 사이에서는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고, 자부심이 된다.
학생들은 우리 말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일본어가 넘치는 환경에서 우리말을 쓰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어려운 길을 선택하고 꿋꿋이 그 길을 간다. 그들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이것 뿐이 아니다. 학력을 인정받지도 못하고, 운동선수들은 정규선수로서의 권리도 얻지 못한다. 입상권의 실력을 발휘해도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출전 자체가 차별받기도 한다. 때로는 민족학교 학생들을 죽이겠다는협박까지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조선 학교에 다니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 민족이니까. 조선 민족이니까 조선 민족 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일본 학교에 다니는 것처럼. 힘든 길인 것을 알지만 가야할 길이기에 이기고 가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장면이 두 장면 있었다. 하나는 축구 시합 장면이었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기백을 위해서 전 선수가 삭발을 해서 투혼을 보여줬고, 운동장에서 그들은 정말 감독 선생님의 말대로 백(%)을 다했다. 그들은 후회없이 뛰었고, 조선 학교 학생다운 경기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패배의 아픔일 수도 있지만 성장의 눈물이기도 했다. 그들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우리의 승리를 위해서 뛰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일본 학생들은 학교의 승리, 자신의 승리를 위해 뛰지만,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동포들의 감동을 위해서 뛴다. 우리는 동포들을 감동시켜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또 눈물이 흐른 장면은 마지막 고3의 졸업식 장면이다. 선생님들께 마지막 수업 때 꽃을 드리고, 강당에서 졸업생 22명 전원이 자신의 송사를 낭송한다. 즐거웠던 추억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조선인으로서, 조선인 학교의 당당한 졸업생으로서 세상에 몸을 던지겠다는 그들의 다짐과 약속은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에 어깨동무하며 부른 노래 "약속"은 감동의 최고조를 이루게 했다. 대학 때 아무 생각없이 흥얼거리던 노래였는데, 이 영화 속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너무나 큰 의미로 다시 내게 다가왔다.
내가 조국과 민족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아니, 조국과 민족을 가슴에 품어본 적이 있었던가. 참 아득하다. 대학 시절에 노래패를 하면서 조국과 민족을 노래하기는 했지만, 조국과 민족의 의미를 가슴 깊이 절실하게 실감하지는 못했었다. 조국과 민족의 문제가 나에게는 절실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당장 힘든 것은 아니니까.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을 하고, 임용 시험 공부하고, 교단에 서는 과정에서 조국과 민족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아이들에게 일제시대 관련 문학 작품을 얘기하면서 잠깐 입에 담아 보았을까?
영화 속 학생들은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그들의 뜨거운 가슴과 순수한 눈물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