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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 |
감독 |
한재림 (2006 / 한국) |
출연 |
송강호, 박지영, 오달수, 윤제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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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세계』를 봤다. 송강호가 나오는 조폭 영화인데, 조폭의 비정함보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조직 폭력배를 그렸다. 그래서 생활 느와르. 억지로 웃기지 않으면서도 정말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웃을 일은 아닌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조직 중간 보스인 인구는 가족들과 단란하게 전원주택에서 우아하게 사는 것이 꿈이지만 현실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조직에서도 이제 근근히 인정받아서 사업다운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조직 2인자의 견제도 심상치 않고, 조직 밖의 다른 조직들도 만만치 않다. 거기다 새로운 사업의 사람들도 신경쓰이게 만든다. 거기다 가족들도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피하려고 해서 도무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접해 있다.
여기까지 봤을 때 다른 조폭 영화들과 차이나는 측면이 가족의 등장이다. 이전까지는 가족이 등장했어도 환경으로서의 가족이었지만, 여기서는 피상적인 가족이 아닌 생생한 삶 속에서 부딪치는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의 삶에 녹아있는 조폭이 등장한다고나 할까? 부인과 자식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주인공과의 갈등도 분명하다. 이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송강호의 연기이다. 정말 삶이 묻어나는 조폭 연기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가장이지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아버지로서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고, 조폭으로서도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저질이고, 적당히 비열한 모습이 잘 표현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다. 아내와 아들과 딸을 캐나다로 보내고 그 넓은 집에서 혼자 라면 먹으면서 캐나다에서 보내온 비디오를 보며 울다가 라면 그릇을 던지고, 한참 있다 걸레 들고 그 흔적을 치우는 장면은 사실적인 일상 생활 그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화를 내는 장면까지만 보여주고 이를 뒷수습하는 것은 생략하는데, 사실 일상에서는 화를 내고 벌어진 것들을 수습하는 일을 해야 한다. 라면 그릇을 던졌으면 깨진 그릇과 먹던 라면을 걸레로 치워야 한다. 그게 일상이다. 이 영화가 인물의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한재림 감독의 전작이 『연애의 목적』이었는데, 그 때에도 일상의 세세한 부분이 잘 그려지면서 감정을 잘 이끌어 갔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들이 잘 살아있다.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