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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
감독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2006 / 독일) |
출연 |
울리쉬 뮤흐, 마티나 게덱, 세바스티안 코치, 울리히 터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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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보았다. 동독 시절 반체제 성향의 극작가를 감시하는 비밀경찰의 이야기이다. 극작가를 감시하다 비밀경찰 비즐러가 그의 순수한 삶에 감동받아 그를 보호한다는 얘기이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조직을 배신하고 극작가를 보호하면서 변해가는 주인공을 지켜보면서 결말이 과연 어떻게 될까 흥미를 유발시킨다.
전문적인 도청을 하는 비즐러의 눈빛은 100% 뱀의 눈빛이다. 먹이를앞에 놓으면 절대놓치지 않고 반드시 잡으며, 먹이의 약점을 간파하는 본능이 그의 눈에는 서려 있다. 거기에다 철저함과 냉혹함이 추가된다. 그러나 피아노 연주곡을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후에 비춰진 그의 눈은 선량한 사슴의 눈빛이었다. 자신의 양심과 순수를 머금고 있으면서 인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비밀경찰들의 도청 장면도 우리의 흥미를 끈다.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도청을 할 때 우리는 도청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지, 도청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앞부분 도청 세팅하는 장면이 나름대로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또 감시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보다 우월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는 느낌도 갖게 된다. 특히 극작가와 그의 배우 아내와의 갈등에 개입하여 중재하는 모습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극작가는 예전의 작품을 다시 올리면서 감회에 젖다가 장관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감시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분단 시절 정부 기록 보관소에서 자신의 감시 기록을 열람한다. 열람된서류에는 자신의 반체제 행동은 없고, 정부 찬양 행동으로 바뀌어 기록되어 있다. 결국 자신을 감시한 비밀경찰을 찾아 그가 우체국에서 배달부로 일하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까지 찾아갔으면 그를 만나서 감사 인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돌아선다. 그리고 2년 후 그 비밀경찰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그에게 그 책을 헌정한다. 그 비밀경찰도 그 책을 사는 데서 영화는 끝난다. 정말 깔끔하다. 거기서 서로 만났으면 둘은 무슨 얘기를 했을까? 극작가는그에 대한 고마움을 말로 할 수 없어서 아무 말 없었을 것이고, 비즐러는 잊고 싶은 과거를 되살리기 위해서 아무 말 없었을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에 비밀경찰 하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