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49] 체 게바라 평전: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1. 12. 24. 14:55
    체게바라평전(역사인물찾기10)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사, 2000년)
    상세보기

    체 게바라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좀 자세히 알고 싶어서 그의 평전을 읽어보았다. 평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어려서 천식을 앓아서 몸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진학한다. 친구 알베르토와  오토바이로 남아메리카를 여행을 하면서 남아메리카 민중의 삶을 체험하고 혁명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낀다. 이 부분을 영화화한 것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다. 이후 두 번째 남아메리카 여행을 친척과 함께 한 후에 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혁명가들과 만나면서 혁명을 구체화한다. 그러다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가 몬카다 병영을 습격한 얘기를 듣고 쿠바 혁명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멕시코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피델을 만나 쿠바 혁명을 준비한 후 쿠바 동부에 상륙하여 쿠바에서의 혁명을 시작한다. 시에라마에스트라 산악지역에서 게릴라전을 하면서 농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세력을 넓혀 마침내 아바나를 점령하여 혁명을 완수한다. 혁명 후 외교관으로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국립은행장으로서 경제를 개혁하다가 영원한 혁명을 위하여 콩고로 갔다가 실패한 후 볼리비아 혁명을 추진하다가 체포되어 죽는다.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이름의 유래였다. '체'는 원래 아르헨티나에서는 말을 시작할 때나 강조할 때 쓰는 일종의 감탄사인데, 체 게바라는 말을 할 때 이 말을 붙이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원래 이름 에르나스토보다 더 멋있는 것 같다.

    읽으면서 해방구를 만들고, 농민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은 조정래의『태백산맥』과도 많이 비교하게 만들었다. 특히 인물 면에서 체 게바라와 염상진과 비교하게 되는데, 내가 봤을 때 체 게바라보다는 염상진이 더 멋있는 혁명가 같다. 혁명에 대한 신념과 사상에 대한 투철성, 인간적인 면모까지 모두 염상진이 더 와닿는다.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 소설과 전기문의 차이이기도 한데, 염상진은 가상의 인물이라서 더 멋있게 그릴 수 있었던 측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 평전의 단점이 나오는데, 체 게바라에게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주변 인물의 형상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도 어느 정도 자세히, 그리고 생동감있게 그렸으면 체 게바라와 그 주변이 빛이 나서 훨씬 더 감동적이고, 몰입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우리가 쿠바의 이념이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라고 생각하는데, 처음부터 그것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체와 대화를 나눈 사르트르의 말을 보면 이 부분을 알 수 있다.
    이 혁명의 근원은 바로 국민에게 결핍된 것을 메우려는 데 있었지, 선험적인 이데올로기를 빌려 정의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민중의 삶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지 그것에 무슨 이름을 붙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 다음에 인상적인 부분은 노동의 생산성을 이끄는 요인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와 있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베틀랭과 대화를 하면서 베틀랭은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임금 인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즉 돈으로 생산성을 높이자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서 체 게바라는 반대한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자극제이다. 이 자극제는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윤리적 자극제로 대체되어야 한다.
     
    즉, 노동의 생산성을 윤리적 자극제로 높이자는 얘기이고,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윤리의식이나 인간성이 성인군자 같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만들기 위한 그의 구상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잘 나와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그런 인간에 대한 또다른 언급을 인용해본다.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이 계발되어 있으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정말 그런 최고의 인간으로 가득찬 도덕성의 세상이 온다면 세상은 정말 평화로울 것 같다. 자본주의의 원리가 세상의 당연한 진리로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배운 우리들에게 이런 그의 생각은 순진하고 이상주의자의 꿈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그런 그의 생각은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나타나 있다.
    아빠는 너희들이 훌륭한 혁명가로 자라기를 바란단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을 정복하기 위해 많이 공부하여라. 그리고 혁명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각자가 외따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하여주기 바란다.
    특히 이 세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행해질 모든 불의를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좋겠구나. 누구보다 너희들 자신에 대해 가장 깊이. 그것이야말로 혁명가가 가져야 할 가장 아름다운 자질이란다. 

    자식에게 혁명가가 되라고 하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만큼 혁명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의 생각을 담은 또 다른 발언도 있다.
    기술적인 여건만을 먼저 따지면서 토지개혁을 실행하는 데 소용되는 자본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런 건 필요없다고 말하겠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자본은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있는 무장한 민중입니다. 우리는 이 자본으로 우리의 토지개혁을 실행할 것이며, 그 힘을 강화할 추진력으로 산업화의 길에 진입할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그의 발언은 순진을 넘어서 무모하기까지 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새로운 길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생각을 이해하려면 자본주의 밖에서 세상을 더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겼다는 역설적인 말은 그의 사상과 실천 방법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