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차마고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다 보지는 못하고,잠깐 봤다. 자연이 정말 대단하고, 그 속의 인간은 소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버릇처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마고도는 보이차의 생산지였던 윈난을 기점으로 여러 갈래로 뻗은 길로서 "보이차(茶)를 실은 말(馬)이 다닌던 오래된(古) 길(道)"이란 뜻이다. 동남쪽으로는 베트남, 남서쪽으로는 미얀마, 동북쪽으로는 베이징, 서쪽으로는 티벳을 지나 네팔과 아라비아로 이어진 길이다. 특히 티벳을 지나는 노선은 '차마대도'로 불리며, 차마고도의 중추 노릇을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노선이 차마대도이다. 내가 작년에 여행했던 윈난성의 쿤밍, 따리, 리쟝과도 연결된다고 하니 느낌이 남달랐다.
작가는 티벳을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보았다. 작가는 티벳의 풍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황토색 강물과 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 그 위로 펼쳐진 눈부시게 푸른 하늘, 가파른 고개와 아찔한 계곡, 먼지와 졸음, 과거와 현재, 야크와 당나귀, 순례자와 유목민, 타르쵸와 쵸르텐, 무너진 사원과 복원된 종교, 암울한 역사와 빛나는 풍경, 활기 없는 거리와 활짝 웃는 사람들, 희박함과 아득함, 차마고도와 황토 강산, 이 모든 풍경이 얽히고 설킨 슬프고 아름다운 땅. 순진한무구한 세계의 변두리."
책에 나온 얘기들을 몇 줄로 다 얘기해버렸다. 사실 티벳은 이게 다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예를 들어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라 했지만 그 깊이를 어떻게 말로 할 수 있겠는가? 직접 눈으로 봐야 알 수 있지... 작가는 티벳의 시간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티벳의 시간은 비유하자면, 말과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 우리는 한 시간 늦는 것에 안달을 하지만, 여기에서는 한 시간쯤 늦는 것은 늦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도 제시간에 떠나는 적이 없고, 버스는 아예 시간표가 무의미하다. 티벳에서 급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외국인이다. 티벳에 온 이상 손목에 차고 온 외계의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 티벳에 온 이상 티벳의 시간을 따라야 한다."
『
허패의 집단 가출』에서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왔다. 다른 점은 캐나다의 시간에 대한 여유는 시간을 의식하면서도 여유를 갖는 것이고, 티벳의 여유는 시간을 초월한 여유라는 것이다. 티벳에 가면 내가 얼마나 시간에 목숨을 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방문해야 할 곳들의 목록이 생겼다. 라싸의 포탈라궁, 조캉사원, 드레풍사원, 세라사원, 남쵸호수, 시가체의 타시룬포사원, 간체의 팔코르최데사원 등...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뽑는다면 카일라스산 등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작가가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한 영원의 시간 속으로 나도 빠져들고 싶다. 조만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