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1』, 『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2』에 이어 3편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페루를 간 이야기이다. 표현들이 재미있다. 고생한 이야기들은 섬뜩하기도 하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다. 재미와 함께 진지한 생각들이 빛을 발한다.
내일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짊어진 서른세 살, 그가 짋어진 서른여섯 살.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나이라는 조급함에 괴로운 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엿한 결과가 아니라 결과가 없어도 좋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호주로 갈 결심을 하고 걱정을 하는 파블로를 보면서 글쓴이가 한 생각이다. 정말 우리는, 특히 30대는 손에 잡히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가 없어도 좋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관광객은 늘 정통성을 찾는다. 옛날과 똑같은 모습을 기대한다. 옛날은 또 무엇일까? 지금이 내일의 옛날이고, 옛날도 더 옛날에겐 미래시제다. 남의 옛날을 바라기보다는 우리가 만드는 옛날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전통을 우리는 만들어내고 있을까? 서울은 1백년 후에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까?
여행을 할 때 인위적으로 꾸며 놓은 것을 보면서 우리는 가짜라고 생각하고 실망한다. 그러나 진짜를 보면 우리는 어쩔 건데?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지금의 우리도 언젠가는 옛날이 될텐데,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내세울 것이 없다. 단순히 옛날 것들을 지키는 것을 벗어나서 현재가 옛날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괜히 다시 뒤돌아보고 아쉬워하지 말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기회를 잡는 것이다. 사막에서 버기카를 못 탔다면, 다음 도시에 다른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일찍 도착한 버스터미널에서 맘에 맞는 여행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길고 지루한 기다림에 하늘 한 번 봤더니 큼직한 유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 놓쳐 버린 시간은 없다. 모든 시간은 동등하게 소중하고, 기억에 선택되는 추억은 이런 안타까움에서 주로 차출된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꼭 하고 싶은데 못하면 너무 화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때는 그 때뿐이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해서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동등하게 소중하다. 그것을 잃었으면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이거 잊지 말아야겠다.
남미라는 곳이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