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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전국일주 15일차 (0810,금): 사천-거제
    바람의 시선/자전거 2007. 9. 2. 08:03
    미륵도
    주소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설명 통영시 남쪽에 위치하며 2개의 다리와 1개의 해저터널로 연결되어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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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몸이 힘들면 마음도...

    77번 국도를 타고 사천을 출발했다. 오늘은 점심 때 통영에 도착해서 미륵도를 돌고, 거제까지 갈 계획을 잡고 있다. 사천에서 통영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성을 지나야 하는데, 77번을 타고서 해안으로 가는 방법과 내륙쪽으로 있는 1016번 지방도를 타다 3번 국도로 갈아타는 방법, 마지막으로 77번을 타고 가다 다른 1016번 지방도를 타고 3번 국도로 갈아타는 방법 등이 있는데, 3번째 방법을 따라서 가기로 했다. 어제 휴게소에서 만난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고갯길이 없다고 동네 언덕이라고 했다.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했다.

    실제로 그 길을 가면서 처음에는 고갯길이 별로 없거나 있어도 크지 않았는데, 하일면을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씩 있었다. 다른 길로 갔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 길로 갔어도 고갯길은 있었을 것이고,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고갯길을 만나면 그냥 생각없이 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몸이 힘들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우리 여행에서도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거의 보름 간의 여행 동안 거의 의견 충돌 없이 잘 지냈는데, 상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었다. 원인은 나였다. 형님에게 좀 더 빨리 가자고 했고, 형님은 늦게 가고 싶어서 늦게 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하셨다. 음... 자전거 여행할 때에는 나의 한계와 상대의 한계에 대한 이해를 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말에 형님도 상처도 받고, 섭섭함을 느꼈을텐데, 나에게는 아쉬움만 표현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죄송한 마음이다.

    2. 통영으로... 미륵도로... 달아공원으로....

    3번 국도로 갈아타고 고성을 지났고, 고성에서 14번 국도로 갈아탔다. 14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학섬휴게소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 전망대에서 고성만을 보면 아기자기한 섬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육지가 바다를 완전히 둘러싸서 아늑하게 감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이 참 아늑하다.

    통영에서 점심을 먹고, 달아공원이 있는 미륵도로 향했다.통영을 거쳐서 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정표만 보고가면 평지인 시내길로 안 가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로만가게 되었다. 잔고개지만 가파른 고개들이었고, 차들과 함께 가다 보니 무슨 훈련을 하는 느낌이었다. 미륵도를 나와서 거제 갈 때에는 시내길로 나왔다.

    미륵도는 통영대교로 연결되어 있었고, 섬이라서 그런지 고갯길이 여전히 있었다. 그러나 이전의 섬들과 다른 점은 해안가에 어촌 마을과 아파트촌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길 오른쪽에는 어촌마을이 있어서 포구가 있고, 길 왼쪽으로는 아파트들이 있어서 도시적인 풍경이 보였다. 저 아파트에서 살면 남해 바다의 풍경을 매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매일 보면 특별할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고갯길이 힘들었지만 미륵도의 절경은 우리 앞에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절경 앞에서 힘들다는 생각은 했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달아공원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은 미륵도와 통영을 연결하는 통영대교이다.

    달아공원 앞에는 여러 섬들이 둥둥 떠있었다. 그리고, 그 섬에는 마을들도 보였다. 저런 작은 섬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저 섬에 맨 처음에 살게 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달아공원에서 한산도도 보고 싶었지만 보이지는 않았다.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펼친 곳이라는데, 이런 곳에서 전쟁을 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왜적을 유인해서 섬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공격했다는 얘기들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바다에 숨을 데가 어디 있을까 했는데, 숨을 데가 많았다.

    아래 두 사진은 달아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달아공원을 지나서 다시 2-3개의 고갯길을 지나 미륵도를 나왔는데, 나올 때에는 해저터널을 통해서 나왔다. 해저터널은 일제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고, 보행자나 자전거는 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길이는 길지 않고, 터널이라서 그런지 시원했다.

    아래 사진은 해저터널 입구이다.

    통영시내를 지나 거제도로 가려는데, 우리가 간 날이 한산대첩 축제날이라서 이순신장군 행차하는 퍼레이드를 하는지 통영시내 길이 통제되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려고도 했으나 이미 다 끝난 상태였고, 퍼레이드의 여파로 차들이 밀려있었다. 차들이 밀려 있어서 복잡하기는 해도 자전거와 교통체증과는 상관없으니 요리조리 잘 피해서 나왔다. 오늘 같은 날 차 끌고 통영에 왔었으면 고생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전거 여행의 장점에는 이런 것도 있다.

    3. 거제 가는 길

    통영을 빠져나와서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로 갔다. 거제로 가기 위해서 신거제대교를 건넜다. 거제도 섬이었다. 당연히 고갯길이 있었다. 그 중에 새거제 주유소가 있는 고개는 최악의 고개였다. 고개 앞 휴게소에서 보면 기가 찼다. 보통 고개가 꼬불꼬불한 모양인데, 이 고개는 직선으로 바로 뻗어 있는 고개였다. 경사도 10%의 고개길이 벽처럼 서있는데,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개를 넘으면서 벽을 타는 느낌이었다. 또 한가지 어이없는 것은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올라와서 물을 마시려고 물통 꽂이를 봤더니 아까 쉬었던 휴게소에다 물통을 놓고 왔다. 보온물통인데.... 정상에서 시원한 물 마시겠다는 일념으로 왔는데.... 웬만한 고개였으면 다시 내려가서 가져왔겠지만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보온 물통은 포기했다. 사실 보온물통이 하나 더 있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왔는데 가져오길 잘 했다.

    형님은 그 고개를 올라오기 전에는 저녁으로 회를 먹자고 하셨다가 정상에서는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회고 뭐고 다 필요없으니까 빨리 대충 먹고 찜질방 가서 쉬자고 하신다. 결국 우리는 여행 중에는 이후로도 회는 먹지 못했다. 먹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 징한 고개길이 내리막에서도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이번 여행 첫 펑크였다. 아래 주유소에서 펑크를 수리하고 마저 내려갔다. 저녁도 먹었다. 찜질방도 잡았다. 빨래도 했다. 버프가 없어졌다. 빨래를 말리려고 하는데 안 보인다. 어디서 빠졌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또 예비용 버프를 사용해야겠다. 다행히 두 개씩 가져온 물건만 분실했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였다. 이번 여행에서 섬은 거제도까지가 끝이다.

    아래 사진은 신거제대교이다.

    4. 기록사항

    4.1 지도
    4.2 주행구간: 사천-77번-장치리-1016번-부포-3번-고성-14번-통영-미륵도(1021번)-통영-14번-거제
    4.3 주행거리(누적거리): 111km(1319km)
    4.4 가계부(2인용): 55200원
    -식사: 38500원
    -간식: 2700원
    -찜질방: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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