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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해방전선 |
감독 |
윤성호 (2007 / 한국) |
출연 |
임지규, 박혁권, 서영주, 김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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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짬뽕 영화...
윤성호 감독의 『은하 해방 전선』을 봤다. 무엇에 대한 영화라고 한 마디로 꼬집을 수 없는 영화이다. 젊은 영화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고, 말 많고 생각 많은 젊은이의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닌 짬뽕이라고도 할 수 있고....
1. 영화판에 대하여
일단 영화판의 현실에 대해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온다. 투자자를 잡기 위해, 혹은 배우를 잡기 위해동분 서주하는 모습,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하고, 메모하는 모습, 최초의 시놉시스가 PD나 기획사 대표에 의해 변형되는 모습 등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윤성호 감독은 한국 영화판의 현실을 은근히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은근한 풍자라고 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얄미우면서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애정이 묻어나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2. 우디 알렌과 홍상수
영화 속 젊은 감독의 수다는 우디 알렌을 닮았다. 쉴 새 없이 뱉어내는 대사는 빛의 속도로 스쳐가는 머리 속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그런 캐릭터가 신선했다. 생각이 많고,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사람들에게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밉지 않은, 거기다 소심해서 상처도 많이 받는 사람들....
그리고 홍상수 감독이 생각났는데, 일상의 어색함과 그 어색함에서 묻어나는 웃기는 상황들이 이 영화에서도간간히 드러난다.그리고 그것이 너무 사실적이라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도... 특히 관객과의 대화 장면과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고 싸우는 장면들이 그러했다.
3. 사랑에 대하여
젊은 감독에게는 여자 친구 은하가 있다. 그러나 연애를 잘 못해봤는지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고 붙잡지만 돌이키지 못한다. 그리고 우연히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
젊은 감독의 사랑 부분은 영화에서 젊은 감독의 인간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자 친구를 감독으로서 감당해야 할 짐들의 무게에 치여서 힘들어할 때 위안이 되주는 역할로 그린 것 같다. 실제로 여자친구는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할 때 이미 헤어진 상태이니까. 그래서 여자친구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모습들이 나온다.
4. 실어증?
젊은 수다 감독은 실어증에 걸리는데, 아마 감독일의 스트레스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가 실어증에 걸린 상황에서도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던 사람들과 상황은 변화하지 않는다.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고단함이 묻어난다. 오히려 소통할 수 없는 사람과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사랑, 새로운 삶의 자세를 가져간다. 말로 모든 것을 전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말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5. 지켜보자.
전체적인 느낌은 신선하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고만고만한 내용과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배우에 식상해 있어서 참 볼 영화 없다는 생각이 들 때에 이런 생각과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일종의 행운이고, 그 행운을 이어가고 싶다.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