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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0] 자전거에 사막을 싣고: 버리라고.
    행간의 접속/여행 2007. 10. 4. 21:02
    자전거에 사막을 싣고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행창 (마당넓은집,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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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창스님의 자전거 여행기인 『자전거에 사막을 싣고』를 읽었다. 자전거 여행에 관심을 갖다 보니 요새 읽는 책들도 다 그런 것들이다. 작가가 3개월 동안 터키,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면서 여행한 기록이다.

    이전에 읽었던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 여정이나 있었던 일에 대한 기록보다는 사색이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여정과 있었던 일, 사색이 골고루 잘 어울어져서 읽기가 조금 쉬웠고, 자전거의 특수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있어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나에게는 읽기 좋았다.

    1. 작가는 아는 것이 참 많다.

    작가는 자신이 무식하다고 하는데 일본, 인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유학하며 연구원으로 지내고 89년부터 인도, 네팔, 시베리아, 유럽, 일본, 아시아, 중국, 티벳, 동유럽, 중동 등을 배낭 여행과 자전거 여행, 오토바이 여행으로 돌아다닌 경력만으로도 겸손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공 자체가 인도 철학이니 작가의 지식을 우리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도 있다.

    여행지 곳곳에 대한 해박하고 다양한 지식을 독자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여행자로서의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끔 가다 이런 얘기까지 필요할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풍부하게 제공하기도 하는데, 읽다 보면 공부하는 느낌도 들고, 내가 정말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이 사람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2. 작가는 생각도 참 많다.

    여행기이니 느낀 점들도 있고, 자신의 생각을 펼친 것들도 있다. 그 중에서 공감이 가는 몇 가지 내용을 뽑아보았다.
    "버림은 곧 얻음을 의미한다. 군더더기같이 붙어서 나를 얽어매고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버림으로써 참다운 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버리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나'마저 다 버려버리자. 허수아비인 나를 전전긍긍하며 남겨놓을 필요가 있을까? 깨버리자. 다 깨진 상태에서 다 버린 상태에서 남는, 남을 수 있는 모습이 참다운 나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버림이 얻음이고 깨짐이 얻음 그 자체다."(71쪽)

    얻기 위한 여행이 아닌, 버리기 위한 여행을 추구하는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생각이다. 고민이 많을 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정리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억지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하고, 그 다음에 정리되고 얻어지는 것이 생길 수 있다. 여행에서 버리기와 정리하기와 얻어내기를 모두 할 수 있는 사람은 여행하지 않고도 다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문제는 사실 별 문제도 아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먼저 그 문제가 어디에서 왔으며 누가 왜 문제로 느끼는지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자연히 모든 것은 나로 인함이고, 나로 인함은 내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면 '그 마음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작업 속에서 자연히 문제가 아님을 이해하게 되는데, 문제 아님을 느끼는 순간에 문제라는 것은 없어지게 마련이다."(136쪽)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문제시하는 것이 문제다. 생각해 보면 별 일도 아닌데 고민하고 걱정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뭔가를 버리지 못하고 잡고 있느라 문제에 휩싸여서 신경 날카로와지고, 안절부절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해 한다. 걱정의 잔가지들을 쳐내고, 단순화하면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대신 사람들이 좀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리기는 하더라.

    3.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 두 가지

    작가의 여행에 대한 생각은 여러 가지가 나타나지만 나에게 인상적인 것 두 개를 뽑아보았다.
    "나는 여행 중에 만나는 자연과 인간들의 감동을 가슴 속에 간직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일부러 카메라와 인위적인 도구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카메라에 담아 남겨두고 싶을 만큼 아름답고 절실한 감동이라면, 가슴 속에 담아야 내 살과 피가 되어 언제까지나 그 감동의 여운이 살아 숨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내 가슴 속에서 용해되어 생명체의 온기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만 남기고 싶다." (89쪽)
    아.. 이건 내가 버릴 수 없는 것이다. 기록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있는 나에게 여행 중에 카메라는 필수다. 그리고 솔직히 감동을 가슴으로 남기기에는 내가 가슴이 좀 좁다. 존경의 마음을 보낼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사진이 없다.
    "관광은 보는 것이고 여행은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은 단체로 움직여도 가능하겠지만, 여행은 가급적이면 혼자 해야 된다. 물론 단체로도 여행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여행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설령 여행하는 동안에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함께 움직이는 건 하루 이틀 정도. 그 외의 시간은 각자의 시간으로 돌린다. 여행까지 와서 서로 신경 써가며 피곤을 느낄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만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철저히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고 현지인과 자연과 역사와 문화와의 대화이기에 그 대상과 나와의 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171-172쪽)
    여행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전국일주를 한 마당에 국내는 혼자서라도 다니겠는데, 해외는 동행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자신과 현지인과 자연과 역사와 문화와 대화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존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의 경험과 판단, 동행자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다. 경험 쌓이면 나도 혼자 다닐테다.

    4. 왜 하필 사막이야?

    작가는 단순한 곳이기 때문에 사막을 가기로 했단다. 태초의 장소이자 극한의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누구를? 육신의 나를 버리고 본연의 나를....
    나도 5년 안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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