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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쿠 |
감독 |
가와세 나오미 (1997 / 일본) |
출연 |
카미무라 야스요, 코타로 시바타, 쿠니무라 준, 오노 마치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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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세 나오미의 영화 『수자쿠』를 봤다.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나는 사랑 이야기, 하나는 산업화로 사람들이 떠나는 이야기. 사랑 이야기는 사촌간의 사랑과 숙모와 조카의 사랑이다. 두 사랑 모두 친족간의 사랑이라서 그런지 표면적으로 강하게 드러나지 않고, 아주 조심스럽게, 아스라하게 나타난다. 사촌간의 사랑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장면은 딱 한 장면밖에 없다. 나머지 장면들은 좋아하면서도 말하지 못하거나 표현을 해도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은근하게 표현한다.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숙모와 조카의 사랑은 사랑이라고 말은 했지만 워낙 조심스러워서 가족간의 관심과 연인간의 사랑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말도 안 하고, 눈빛으로 말을 하지만 눈빛도 거의 나누지 않는다. 그래도 통한다. 같이 있으면 편하고, 행복하니까..
그 다음 축이 되는 이야기는 산업화로 산골마을 사람들이 떠나는 이야기이다. 엄밀히 말하면 산업화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떠나는 것이다. 철도가 들어올 예정이라고길을 내고,터널까지 뚫었는데,계획이 변경되자사람들은 불편하고, 고립되어 하나둘 떠난다.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두 이야기는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별로 연결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짜내서 생각한다면사람들과 왕래가 없는 산골 마을이라서 가족간에 연정을 품게 되었다고할 수 있다.그러나산속이나 섬에 사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므로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는 왜 죽었고, 아버지가 남긴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은 무슨 의미일까? 아버지가 남긴 주민들의 일상은 떠나간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산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함께 예전처럼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은 이유는 모르겠다. 아버지가 죽은 시점은 아내가 큰 마을로 일을 나갔다가 일이 고되서 쓰러진 후 아내의 병간호를하고 완쾌된 후이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푸른 숲이 주는 눈부심이다. 나라현의 산골마을이 눈부시다. 산이 가파라서 골도 깊고, 또 가깝게 보인다. 산이 벽처럼 느껴지는 풍경이 신기했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완만해서 옆의 산이 멀게 느껴지는데, 일본의 산들은 가파라서 옆의 산이 가깝게 느껴진다. 벽처럼.... 거기다가 푸른 숲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면신선한 향이 햇빛에 녹아 나의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좀 지루하다. 막판 30분은 살짝 졸기도 했고, 시계를 보게 만들었다. 예술 영화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