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살다 엄마가 죽은 후 외삼촌 집에 살던 미용은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아버지의 집에는 새엄마가 있고, 아들이 있다. 아들이라고 소개는 했지만 실제는 새엄마의 조카이다. 혈연으로 따진다면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와 미용이밖에는 없다. 엄마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들과 딸은 따지고 보면 모두 남남이다. 아빠와 엄마가 남남인 것은 누구나 그런 것이니가 당연하고...
사춘기 여고생으로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서서히 가족의 울타리를 편하게 느끼면서 성장해간다. 아버지는 생뚱맞은 태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피하면서, 어머니는 자상한 태도로, 준석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듯, 보이는 듯 민감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적인 태도로 미용을 대한다.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관계를 약간은 비틀어진 태도로, 그렇지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로 감싸안으면서 가족의 틀을 유지해나간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것은 아버지의 태도이다. 아버지는 딸과 아들에게 솔직하게 그들 가족의 내막을 얘기하지 않는다. 성격일 수도 있고, 특별한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함으로써 가족으로서의 불안정성과 갈등을 항상 내포하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그들 가족을 붕괴시키거나 해체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혈연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서로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여부라는 작가의 생각을 아버지를 통해서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상처가 될 수 있는 것들을 과격한 방법으로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스며들면서 서서히 치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덮어두는 것도 아니다.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점차로 무너지는 상황에서 가족에 대한 생각과 가족 간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를 얘기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