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곤 감독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 1』, 『너무 많이 본 사나이 2-감독 허치국』 두 편을 봤다. 두 영화는 각각 52분, 48분 되는 중편 독립영화이다.
1. 줄거리
내용은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가 자신의 살인장면을 누군가가 촬영한 것을 발견하고, (촬영한 사람은 여자의 집 몰카를 촬영할 의도였다) 그를 쫓아가 죽이지만, 비디오 테이프는 비디오 대여점 반납함에 이미 넣었다. 다음날 비디오 가게에서 반납함을 열길 기다려서 테이프를 찾으려 하지만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의 비협조로 무산된다. 결국 그 테이프를 찾기 위해 비디오 대여점의 모든 비디오를 보다가 영화광이 되고, 특히 히치콕 감독의 추종자가 되고,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된다. 그러다 다른 손님이 그 살인테이프를 발견하고 그는 도망다니게 된다. 여기까지가 1편이다.
몇 년 후 살인자는 도망다니면서 영화 감독의 꿈을 접지 못하고, 비디오 대여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히 시나리오와 콘티를 쓰면서 영화를 준비한다. 한편 그를 쫓는 형사는 조금씩 그의 자취를 지능적으로(?) 연구하며 수사망을 좁혀오고, 그는 결국 촬영현장에서 체포된다. 그리고, 몇 년 후 다시 탈옥한다.
2. 상상력의 승리
이 영화를 보면서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살인 장면을 찾기 위해서 비디오를 보다가 영화광이 되고, 영화감독이 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독특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연출력도 좋았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비디오 대여점에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적절히 사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령 비디오 대여점 죽돌이와 아르바이트생과의 영화에 관한 토론, 손님들끼리 영화를 추천하는 모습 등이 그런 것이다.
2편에서 영화 감독이 되어 쓴 시나리오의 내용이 사실은 1편에서 살인을 저지른 일을 소재로 담고 있어서 자신이 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주는데, 이것 때문에 1편과의 연관성이 더욱 긴밀해져서 마치하나의 장편처럼 느낄 수 있었다.
또 감독의 재기 넘치는 엔딩 크레딧도 재미있었다. 원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장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촬영을 못해서 끝이 좀 미적지근하게 끝내다 보니 "여러분이 호응해주면 2편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넣기도 했고, 실제로 그럴 계획은 없었지만 그 말대로 2편을 제작할 수 있었다.
3. 감독과의 대화
원래 이 작품(1편)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영화 강좌를 들은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모임 내부에서 상영을 목적으로 35만원을 들여 만든 영화였는데, 모임 내부에서 반응이 좋아서 몇 군데 출품하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2편은 1편을 보고 500만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부랴부랴 제작했다고 한다. 결국 총 제작비는 535만원이었다고 한다.
영화제 등을 통해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서 극장 개봉을 시도했으나 영화 속에 나오는 비디오 장면들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극장 개봉은 하지 못했다. 저작권료가 제작비의 몇 백배나 들었기 때문이다.
감독 손재곤 감독은 이 영화 후에 『
달콤, 살벌한 연인』을 연출하여 성공적으로 충무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그 엉뚱한 발상에서 나오는 코미디의 근원을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4.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떼끄
한국영상자료원에는 시네마떼끄가 있고, 정기적으로 영화들을 상영한다. 작년에 새로 입주한 건물이기 때문에 시설도 훌륭하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거기다가 비용도 5월까지는 무료이고, 예약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가서 보면 된다. 일정을 자주 확인하고 보고 싶은 영화가 하면 애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