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봤다. 야생동물 다큐인데,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 동물, 즉 로드킬에 대한 영화였다.
국토가 개발되면서 산이 깎이고, 길이 생긴다.도로가 나지 않은 곳이 없고, 자연과 자연은 연결되지 못하고, 섬처럼 고립된다. 그 안의 야생동물들은 도로를 모른다.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도로에서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모른다. 결국 그들은 예전처럼, 도로가 생기기 전의 습성대로 도로를 건너고, 도로를 다니다가 무참히 죽는다.
연구팀은 도로에서 죽은 야생동물들을 조사하여 통계를 내려고 연구한다. 어떤 환경에서 동물들이 어떤 경우에 죽게 되는지 알게 되면 사고를 예방하거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없었다. 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구 대상으로 잡은 도로의 모든 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로드킬이 벌어지고 있어서 딱히 특징적인 것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사고가 난 곳에 점을 찍으니 조사 구간 전체에 점이 찍혔고, 그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다 이어져 버렸다. 허무하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마음가짐을 달리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야생동물들도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인정하고, 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더이상 빼앗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작년에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느낀 것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 너무 많은 동물들이 길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죽은 동물은 잠자리였다. 그 다음이 다람쥐나 청설모, 고양이였고, 그 다음이 뱀, 그밖에 담비, 수달, 족제비도 봤고, 너구리도 봤다.
"평소에 만나고 싶었던 동물들을 길(만나고 싶지 않은 곳)에서 다 만났다"는 대사는 안타까움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