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재문과 지숙은 부부이고, 예준은 재문의 친구이다. 셋은 정말 친구처럼 지낸다. 그러다 예준이 재문의 아기를 달래다 질식사 시키면서 셋의 관계는 허물어진다. 재문이 예준 대신에 감옥에 들어가고 지숙과 관계를 끊는다. 예준은 재문의 옥바라지를 하고, 지숙이 미국에 갈 수 있게 도와준다. 지숙이 미국에서 돌아오고, 재문은 형기를 마치고 나오지만, 지숙과 예준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나 지숙이 예준이 아기를 죽인 것을 알게 되고, 예준을 죽이려한다. 재문이 나타나 예준을 구해주려하지만 예준은 스스로 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죽고, 재문과 지숙은 한적한 변두리에서 살아간다.
2. 심리묘사
세 사람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 재문은 자식을 잃은 슬픔과 친구에 대한 우정, 그리고 자식을 잃게 한 친구에 대한 원망 등 삶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을 겪으면서 드러나는심리들이 보인다. 그리고, 예준은 친구의 아내에 대한 마음과 친구와의 우정, 친구의 자식을 잃게 했다는 죄책감과 그들에게 보상해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계획하지 못한 피해의식도 함께 나타나있다. 지숙은 자식을 잃은 슬픔, 두 남자 사이에서의 갈등과 독립의 욕구 등이 나타나있다. 이런 심리들이 사실은 독자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고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3. 건조함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영화가 전체적으로 건조하다. 사랑을 나누는 말들도 달콤하지 않다. 정말로 사랑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정도이다. 아마 등장인물들은 사랑을 하고 싶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랑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4. 위트
감독의 전작 『방문자』는 위트 있는 영화였다고 한다. 나는 전작을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 간간히 보이는 위트는 전작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가령 미용실에 올 것 같지 않은 남자를 캐스팅한다거나 전작의 제목인 '방문자'를 대화 속에 넣는다거나 미용실의 서비스 박하사탕을 두 개씩 소심하게 가져가는 남자를 등장시키는 등 사실 별로 웃길 것도 없는 설정이지만 영화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위트를 갖게 했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지만 흥미로운 요소는 없는 것 같다. 복잡한 심리가 특징인데, 그런 것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감독의 전작인 『방문자』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