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다산 정약용이 어떻게 그 많은 저술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학문하는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도얘기하고 있다. 또 자료를 정리하고 편집하는 방법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았는데, 세상에 600쪽이 넘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두꺼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없는 줄 알았는데, 대출번호를 보니 맞고, 제목을 보니 맞았다. 아... 이걸 빌려? 말어?
차례를 보고, 살짝 내용을 보니 재미하고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쉽게 읽힐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렸다. 이유는? 재미 없고, 쉽게 읽히지 않더라도 내가 공부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전체를 다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만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전체가 10강으로 되어 있고, 각 강은 다시 5개의 목으로 되어 있고, 각 목은 다시 4개의 결로 되어 있다. 결국 총 200개의 세부적인 결로 되어 있는데, 실질적인 내용 단위는 목이라서 50개의 목이 중심이 된다. 차례를 잠시 살펴보면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꼬리에 꼬리를 부는 연쇄적 지식경영
2강 정보를 조직하라-큰 흐름을 짚어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7강 권위를 딛고 서라-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8강 과정을 단축하라-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9강 정취를 깃들여라-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10강 핵심가치를 잊지말라-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이 중에서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표를 작성하여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가령 곡산부사로 있을 때 서민들의 형편이 서술된 몇 권짜리 자료를 단 한 장의 표로 정리하여 일할 때 쉽게 사용하고, 부정부패도 막았다. 공부할 때 표와 마인드맵을 이용하는 나의 방식과 비슷했다.
둘째는자신의 저서에 대해서 토론하면서 자신의 뜻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받아들일 것은 바로 받아들여서 수정하기도 한다. 한 번 글을 쓰고나서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 생각해서 발전시키는 모습이다.
셋째는실제적인 것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책에 나와있는 대로 따라하다보면 그 의도가 퇴색되어 쓸모없는 것들도 생기게 된다. 그러한 것들을 그냥 보아넘기지 않고, 그 의도가 필요하다면 보다 분명히 하여 쓸모있게 하고, 그 의도가 필요없다면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시원시원하다.
넷째는독창성이다. 독창성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변화의 의도를 갖고 궁리하면 나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나온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 생각되는 이유는 그것이 여러번 생각하고, 바꾸고, 생각하고, 바꾸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독창성은 자꾸 다르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다섯째는메모하기, 즉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바로 기록하여 날려버리지 않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많이 했는데, 나중에는 그 많은 메모들을 정리해내지 못해서 조금 게으르게 하고 있다. 대신 컴퓨터의 한컴 쪽지나 핸드폰의 메모를 사용하여 생각들을 잡아내고 있다.
600여쪽을 대략 설 연휴 3일동안 읽으니까 다 읽게 되더라. 보통 책 2-3권 정도 읽은 느낌인데, 다 읽고나니 나름대로 보람 있었다. 책에 나오는 열수(경기도 조안면의 다산 생가)도 작년에 갔었는데,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산초당 (전라남도 강진의 다산 유배지)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이 살았던 곳에 가면 다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 책에는 다산의 여자에 대한 얘기는 단 한 마디도 없다. 그래서 재미가 없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