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나는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별로 없다. 패션은? 조금 관심을 가지려고 했다가 다시 없어졌다. 너무 빨리 변하고 그게 멋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 안에서 나만의 것을 찾는 것이 어쩌면 나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나같이 명품과 패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이다. 앤디는 최고의 패션잡지 『런웨애이』의 편집장 미란다의 비서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패션이 무엇인지 모른 채 적응하지 못하다가 점점 스타일있으면서 능력있는 비서로 성장한다. 그러나 일에 열중하여 남자친구에게 소홀하게 되고 헤어진다. 일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나름 성공을 하지만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자신과 똑같다는 미란다의 말을 듣고 일을 그만두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자일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남자친구와도 재회를 한다.
영화는 세련미와 화려함으로 가득차 있고, 영상 편집과 배경 음악까지도 감각적이다. 영화 속에 빠져 있으면 나 자신이 뉴욕커가 되어 뉴욕의 거리를 당당하게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재미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는? 화려해보지 않은 수수함보다는 화려해본 수수함이 더 의미있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앤디는 패션의 화려함을 누려보고, 다시 자신의 수수함을 찾았다. 그것은 화려함을 버리고, 수수함을 선택했다는 것이 아니라 화려함의 바탕 위에 수수함을 키워냈다는 것이다. 패션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속물이라느니, 너무 사치라느니, 비실용적이라느니 비판하지만 그것이 다른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내일부터 당장 패션 잡지를 보면서 명품 연구를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수수하기 위해서 수수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럴 필요도 없고...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패션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그것도 능력이다. 패션 감각 정말 없는 내가 이런 말 하기는 정말 뭐하지만 나도 스타일리쉬한 사람이 되고 싶긴 하다.
아, 마지막으로 메릴 스트립의 건조하고 냉혹한 대사 "That's all"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역시 명품 배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유일한 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