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 아니한가』를 보았다. 가족 같지도 않은 가족의 웃기는 가족애를 그리면서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는 영화이다.
아버지는 교사인데, 원조교제를 한 현직 교사로 알려져 인터넷 스타가 되었고, 어머니는 노래방 청년의 꼬임으로 다단계 영업사원이 되고, 이모는 무협지를 쓴다고는 하나 할 일 없는 백수로 빈대처럼 빌붙어 있고,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는 상상을 하다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고, 딸은 학교 동아리 강사를 짝사랑하면서 가족의 미스테리를 생각하게 된다.
가족들끼리의 끈끈한 정, 그런 것은 없다. 어머니가 입원한 후에 아무도 찾지 않고, 퇴원이 언제인지도 몰라 어머니 혼자 퇴원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닐 것이라는 상상에 거리를 두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부관계를 통해 서로를 확인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렇다면 이 가족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같이 사는 것일까? 이 화두가 이 영화의 주제이다. 삐그덕거리다 마침내 아버지의 원조교제 사건으로 가족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어 사회에서 고립되고 갈등하면서 자연히 가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사회가 그들을 개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만든 것이다. 원조교제한 남자의 아내로, 딸로, 아들로, 처제로 취급하면서 그들은 자연습럽게 뭉치게 된다. 사회의 비난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집. 가족들은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모두 집으로 모이고, 집에서 평화와 안전을 얻는다.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해까지는 진전된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한 집에 살아야 할까 의문을 가졌지만, 마지막에는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를 뛰어넘어 가족이기 때문에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다는 답을 내놓는다.
달의 이미지가 반복되서 나오는데, 달은 이면을 보여주지 않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족들도 달처럼 자신들의 뒷면을 볼 수가 없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집에서 보여지는 가족의 모습과 밖에서 보여지는 구성원들의 모습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가족을 가족으로서만 본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부인하고 싶지만 주인공 가족의 모습이 현대가족의 모습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약간의 과장과 상상이 첨가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통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모습들이 성원들간의 관계가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그래도 최후의 순간에 마지막 순간에 내 옆에 있는 존재는 가족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이 얘기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