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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56] 문재인의 운명: 운명에 따르는 우직함과 묵묵함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12. 10. 25. 00:30
지금 대선 후보로 열심히 뛰고 있는 문재인의 에세이다. 참여정부 시절 4년에 걸쳐 민정수석 2번,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사람이다. 그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제1부는 노무현과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판사가 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되어 선배의 추천으로 노무현과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한 얘기이다. 그와 함께 하면서 경남지역 노동 관련 변호를 맡았고, 결국 인권변호사의 길을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민주화 운동에도 가담하게 되었다. 노무현은 민주화가 된 후 국회의원이 되었고, 정치계에 입문하여 고집스럽게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외로운 길을 가고 있었고, 결국 그 충심이 받아들여져 2002년 대선에서 16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문재인은 그 때 부산선대본부를 맡았다.
제2부는 노무현을 만나기 전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이다. 부모님은 함경도 출신이고 전쟁 때 피난 오셨다. 가난하게 살았고, 공부는 좀 잘 한 평범하고 내성적인 학생이었다. 중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가 강제징집당해 공수부대에 들어간다. 제대 후 고시 공부 하다 80년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사시에 덜컥 합격한다. 그 사이에 아내를 만난다.
제3부는 참여정부 시절 이야기이다. 분량도 제일 많은 것으로 보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떤 것 같다. 참여정부 시절의 각종 개혁 정책과 사건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사법 개혁, 탄핵, 대연정, 한미 FTA, 남북 정상회담, 퇴임, 정치보복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얘기한다. 너무 많다보니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테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더 자세한 얘기들이 궁금했다.
제4부는 노 대통령 서거 후 현재까지이다. 노 대통령을 보내고 믿기지 않는 상태에서 상주로서 장례 진행과 묘역 정비 등을 하는 그의 모습은 우직했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런 사람과 함께 지냈을 노무현 대통령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정부 시절 이야기에서는 어쩔 수 없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노무현 없이 문재인은 존재하지 않을 때였으니까.... 그래서 인상적인 부분을 뽑다 보니 문재인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했던 최도술 비서관이 구속되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자회견에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저는 모든 권력적 수단을 포기했습니다. 도덕적 신뢰 하나만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밑천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오연호 기자의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겹치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좀 밋밋한 느낌도 들었다. 읽으면서 느낌이 좀 묘했던 것이 분명히 문재인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인데,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기 보다는 노무현이나 참여정부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빼면 할 얘기가 없었겠지만 인간 문재인을 파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자신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 있고, 그 사실이 그의 묵묵함과 우직함을 증명하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 제목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요구를 운명처럼 받아안고 대선을 향해 나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나 각종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이 출마 전에 꼭 자기 책을 출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진작에 쓰지 왜 이제 와서 쓰는가? 선거를 위해 책을 쓰는 것이 너무 속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시민들이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는 어떤 자료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단은 독자이면서 유권자인 우리가 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안철수의 책도 빌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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