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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1] 은닉: 주인공의 상념 속에 묻힌 세계행간의 접속/문학 2025. 7. 10. 09:56
책이름: 은닉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펴낸때: 2012.06.
배명훈의 장편소설이다. 배명훈의 소설들이 우주와 여타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 작품도 그럴 줄 알았는데, 마음 속의 악마를 끄집어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악마라고 지칭하는 것이 있는데, 이게 속성으로만 존재하고 가시적인 것이 아니다 보니까 악마의 행동을 그리고 있어도 그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연방영재학교에서 함께 지낸 나, 은경, 은수가 있고, 셋은 애정의 삼각 관계를 이루고 있는 듯 하지만 누구 하나 이를 공식화하지 않는다. 졸업 후 은수와 나는 연방의 비밀요원이 되고, 은경은 아버지를 배경으로 권력의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내가 은경이 위험한 처지에 놓인 것을 발견하고, 임무가 아닌 이 일에 엮이고, 은수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에 내가 접속하여 은수의 조종을 받으며 은경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은경의 정체도 모호하고, 은수의 욕망과 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다. 주인공인 나의 혼란이 고스란히 독자의 혼란이 된다. 그러다 주인공 ‘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피아를 구별하고, 은수의 의도를 알았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인물도 믿지 못하겠고, 서술자도 믿지 못하겠다. 작가도 믿지 못하겠다. 못 믿을 것 투성이 속에서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도 모르겠고, 작가의 의도도 모르겠다. 이렇게 불신으로 가득찬 세계를 작가는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전세계의 정보를 은수와 내 안의 악마가 모아서 활용하는 장면은 가상세계의 범위가 넓어지고, 거기에 의존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 같고, 세계가 조금씩 점점 기울어져서 90도로 세상이 기울어져서 사람들이 옆에 붙어서 다니는 모습도 나오는데 인류의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상념을 통해서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주인공 자체가 너무 혼란스러워 해서 판단을 할 수 없으니 독자도 내용 파악이 안 된다.'행간의 접속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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