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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2] 즐거운 나의 집: 궁금해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예의가 필요한 소설
    행간의 접속/문학 2013. 7. 2. 22:11



    즐거운 나의 집

    저자
    공지영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7-1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공지영 신작 장편소설! 엄마 같은 딸, 딸 같은 엄마. 그들이...
    가격비교


    가족에 대한 공지영의 생각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그 생각은 당연히 사랑. 누가 뭐래도 사랑. 그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서 엄마는 같지만 아빠가 다 다르고 세 아이를 둔 싱글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작가 자신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00%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야기는 큰 딸인 위녕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고, 위녕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맨 앞부분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의식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화가 나면 잘 참지 않으며,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 좌절과 절망도 많이 겪지만 특유의 낙천적 기질로 이겨낸다. 엄마가 고3 때 외할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집이 차압당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을 때 엄마와 외할아버지는 이렇게 했단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하루는 하루 종일 좋은 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이 나쁜 일만 일어났기 때문에 도무지 즐거운 일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제 이보다 나쁜 날은 없을 거야, 생각하며 혼자 기뻐했다고 했다.

    그때 외할아버지가 엄마의 형제들을 모두 모아놓고 술을 한잔씩 따라준 다음 이런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우리 집이 이 지경이 안 되었으면 우리가 언제 저녁마다 모여 서로를 이토록 걱정해보았겠니? 니들이 요즘은 늦게 들어오지도 않고 나도 술 좀 덜 마시고 서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니까, 이 아빠가 미안하기는 하지만 행복하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거야. 집이 없어진다고 해도 가족은 남는다. 집이 우리 가족인 것은 아니야.""


    엄마의 낙천성은 외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 같단다.


    그 다음의 내용은 놀이터에 데려온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몸이 약해서 죽은 일에 대해서 위녕이 아파하고 이를 엄마가 위로하는 내용이다.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단순한 사건일테지만 사랑이 그립고, 그만큼의 사랑을 애완동물에게 주었는데 그 애완동물이 죽었다면 그 충격은 쉽게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그 충격으로부터 위녕이 그만큼 아파하고, 그러면서 성숙하는 과정이 나오고, 엄마는 그런 위녕을 위로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엄마는 그걸 운명이라고 불러....... 위녕, 그걸 극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걸 받아들이는 거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큰 파도가 일 때 배가 그 파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듯이, 마주 서서 가는 거야. 슬퍼해야지.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지. 원망해야지, 하늘에다 대고, 어떻게 나한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하고 소리 질러야지. 목이 쉬어 터질 때까지 소리 질러야지. 하지만 그러고 나서, 더 할 수 없을 때까지 실컷 그러고 나서......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해야 해. 자, 이제 네 차례야, 하고.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일, 그건 운명이고 거부해도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운명을 받아들이고나서의 삶이 다시 일어서느냐, 좌절하느냐이다. 엄마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던질 것은 과감하게 던지라고 말한다. 


    그 다음 내용은 위녕의 아빠와 그의 아내인 새엄마를 대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가진 위녕은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 그들을 찾아가지만 서로의 상처를 건드림으로써 관계는 더 악화된다. 그러나 가족은 가족인 것인지, 아니면 위녕이 이를 통해 성숙해져서 그런지 바닥까지 보인 그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아물고 객관적인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인정하게 되어 이전보다 원만하게 그려진다.


    마지막 이야기는 엄마와 둥빈의 이야기이고, 이를 통해서 그들은 모두 가족임을 실감하는 내용이다. 위녕도 한층 더 성숙해지고. 결국 이 소설은 위녕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알 수 있다.


    또 소설 속에는 마음에 담을 만한 대사들이 있어서 남겨본다.


    아저씨가 젊었을 때 어떤 유명한 스님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삼천배를 하고서야 어렵게 뵈었지. 그리고 물었어. 스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하고. 그랬더니 그 스님이 대답하더구나. 앉아 있을 때 앉아 있고, 일어설 때 일어서며 걸어갈 때 걸어가면 됩니다. 하는거야. 아저씨가 다시 물었지. 그건 누구나 다 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자...... 그 스님이,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아직도 그 눈빛이 생각난다. 형형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눈으로 아저씨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하더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앉아 있을 때 일어날 것을 생각하고 일어설 때 이미 걸어가고 있습니다."


    스님의 말은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마음만 앞서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일깨우는 말같고, 작가는 '산다는 것은 이토록 단순한데, 그 단순함에 이르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말일까 싶었다'라고 말한다. 평범해 보이는 말 속에 정말 큰 깨달음을 담고 있는 말이다.


    또하나는 위녕이 아빠와 새엄마를 만나 관계를 새로 만들기 위해 갔다가 엄청 상처받고 와서 엄마와 나누는 장면에서 나온다.


    "엄마는 왜 나보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이렇게 될 줄 예상했으면서! 왜 그랬어? 날 붙잡지 그랬어?"

    "위녕, 엄마는 네게 그런 방법이 좋은 게 아니라 말했어. 하지만 너는 듣지 않았고..... 너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야. 그때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어. 너의 나쁜 결정에 동참해주는 것. 그래서 같이 후회하는 것..... 엄마도 너와 같이 나쁜 결정을 한 동지가 되는 것......"


    가족이 나쁜 결정을 했을 때 비난하고 모른척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동지가 되어, 같이 후회하는 것이 가족이다. 남과 가족이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모성에 대한 생각과 딸에 대한 사랑의 방법을 얘기한 엄마의 편지가 있다.


    성모마리아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구세주를 낳았기 때문이 아니란 걸 엄마는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달빛 아래서 엄마는 거실 바닥에 엎디었지. 그녀가 존경받는 이유는 그녀가 그 아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그냥, 놔주었다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모성의 완성은 품었던 자식을 보내주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거실에 엎디어서 엄마는 깨달았다. 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은총이라는 것을 말이야.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말도 멋있지만, 생각도 멋있다. 딸의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주는 모습으로 모성을 완성시키고 있다.


    실존하는 작가와 그의 가족을 모델로 작품을 쓴 것이다보니 이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궁금해하지 않겠다. 그게 작가과 그 가족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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