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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7]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 5년 안에 어디든 갈 수 있겠구만...행간의 접속/여행 2012. 6. 16. 13:31
미친가족집팔고지도밖으로멜라니와덩헌한규의독한세계여행기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여행책 작업을 위해서 여행글들을 읽고 있다. 그 중에서 내가 테마로 잡은 것은 가족이 세계여행 다니는 책들과 자전거 여행 책들이다. 이 책은 가족 여행 책인데, 앞서의 책들이 중고등학생, 초등학생들과 함께 다니는 여행이었다면 이 책은 세살 반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북미와 남미를 다니는 부부 이야기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집 다 팔고, 당연히 직장 다 그만 두고, 거기다가 아무런 계획 없이, LA 가는 비행기표 한장 달랑 들고 간다. 부부는 어른이라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길에서 생고생하는 아이는 무슨 죄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이는 그 가운데에서도 잘 적응하고 잘 크고, 한국에서 어린이집에서 지낼 때보다 더 행복해 한다.
그럼 이들이 떠난 이유는? 맞벌이 부부인 이들은 아들을 위해, 가족을 위해 힘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정작 가족이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부부가 직장에 나갈 때에는 할아버지 댁에, 그리고 어린이집에 가 있고, 집에서도 부부는 아이와 놀아줄 육체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난감, 최고의 어린이집이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는 시간임을 깨닫고, 여행을 생각한 것이다.
북미는 여행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서 큰 불편없이 지냈다. 자동차를 렌트해서 캠핑도 하고, 모텔도 가고, 학교 선배를 만나서 신세도 지면서, 그러나 중미와 남미는 얘기가 달랐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국경을 지날 때의 불친절한 검문과 도움이 되지 않는 경찰들, 현지의 불안한 치안 등은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으로 보니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내가 그 상황에 있었으면 어떻게 할 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특히 멕시코에서 산 중고차를 선적하기 위해서 과테말라에서 주인공이 한 뻘짓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류 미비로 그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자동차를 베네주엘라로 보냈는데, 거의 보름은 잡아먹은 것 같다. 그게 말이 되냐고....
그리고 이 부부가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여행 중에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고, 남자가 유럽 여행 중에 만난 브라질 친구가 있어서 브라질에서는 그 친구의 신세를 졌다. 그런데, 이 브라질 친구가 유럽 여행에서는 배낭여행객답게 저렴하게 다니길래 그냥 가난한 배낭여행객인 줄 알았는데, 브라질에서 만나 보니까 말도 못하게 부자였다. 아파트에 있고 싶으면 아파트에 있고, 별장에 있고 싶으면 별장에 있으라고 옵션을 거는데, 거기에는 둘다 메이드 서비스까지 제공한단다. 이 무슨 환상적인 반전인가? 속으로는 좋아 죽겠는데, 겉으로는 표정 관리 안 돼서 힘들었을 것 같다. 나도 그런 친구 어디 없나?
그러다가 남미의 마지막 종착지 아르헨티나에서 휴식 같은 정착을 생각한다. 1년을 넘게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도 하고, 정든 사람들도 있고, 남미를 여행하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도움도 주고 싶고...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아르헨티나에 마련해서 운영하기로 하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현지 한국인의 도움을 받아 운 좋게 방을 얻어 운영하고 있는데... 정말 대책없는 사람들이다. 아이는 현지 학교에 다니고...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나라면? 나의 생활 방식, 사고 방식이 너무 달라서 내가 이들처럼 살 가능성은 1%도 없지만 남미를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는 빼고... 몇 군데만.....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가족이 다닐 때, 아이의 나이는 사실 크게 영향이 없음을 깨달았고, 그렇게 따지면 5년 안에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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